[사설] 인천공항 검역체계가 이렇게 허술하다니
입력 2013-05-07 19:08
보건복지부가 인천국제공항의 검역을 담당하는 국립인천공항검역소에 기관경고를 했다. 외국에서 유행하는 각종 질병의 국내 유입을 막는 가장 중요한 관문인 인천공항의 검역이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전국 공항과 항만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어서 인천공항의 검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복지부의 국립검역소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항검역소는 소독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3개 항공사의 항공기가 73차례나 입항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들 항공사는 2010∼2011년 항공기와 탑승객의 가검물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돼 소독명령을 받았지만 이행하지 않았고, 그에 따른 제재도 전혀 없이 우리나라를 드나들었다. 공항검역소는 감염병 양성반응이 나온 모기 등을 발견하고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지 않아 당연히 뒤따라야 할 방역소독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복지부의 이번 감사결과를 두고 대한민국의 검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고 말할 수 없다. 행정절차상 사소한 잘못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신종인플루엔자, 구제역 등 국내에서 큰 문제가 됐던 각종 질병 대부분이 외국을 다녀왔던 관광객 등을 통해 유행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작은 문제가 아니다. 국민건강과 직결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고, 단 한번의 실수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인천공항은 전 세계 1700여 공항들의 협의체인 국제공항협의회(ACI)가 매년 실시하는 서비스 평가에서 8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대한민국의 자랑거리이다. 가장 우수한 서비스를 토대로 싱가포르의 창이국제공항, 중국 베이징의 서우두국제공항, 상하이 푸둥공항 등과 동북아 허브공항이라는 지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인천공항이 검역문제로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 신뢰는 한 번 손상되면 웬만한 노력으로는 복구하기 어렵다. 인천공항은 이번 기회에 검역, 출입국관리 등 각종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