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금융권 빚 13조… 돈 빌려준 은행 ‘비상’

입력 2013-05-07 19:06


자금난을 겪고 있는 STX그룹이 금융권에 13조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TX그룹이 이를 제대로 갚지 못할 처지에 놓이면서 돈을 빌려준 은행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웅진그룹에 이어 STX 사태까지 연이어 터지자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STX그룹의 금융권 여신 규모는 13조1910억원이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서 빌린 돈이 3조8950억원으로 가장 많다. 여신 형태로 보면 선박·공사 수주 보증액이 7조1305억원, 일반 대출이 5조2895억원, 회사채 등 투자가 7710억원이다.

문제는 STX그룹이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STX, STX조선해양, STX엔진이 모두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한 상태다. 채권은행 입장에서는 선박·공사 수주에 들어간 7조원이라도 돌려받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자율협약에 동의하고 자금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

채권은행이 추가로 올해 STX그룹에 쏟아부어야 할 자금은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 운영자금 지원 외에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채권이 부실해지면 은행은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높여야만 한다. 은행권에서 빌린 12조원을 대손충당금 최소 적립비율 7%로 계산하면 최소 8400억원에 이르는 돈을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웅진그룹에 이어 STX그룹까지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금융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대기업조차 돈이 마를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대기업이 넘어지면 해당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권으로 부실이 전염된다. 금융권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는 물론 개인이 입는 타격이 심각하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대기업에 대한 재무·여신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부실 대기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주채권은행을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은 ‘주채권은행 업무 가이드라인’을 다음 달 은행연합회 준칙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