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납치 美 여성 3명 극적 생환

입력 2013-05-07 18:52 수정 2013-05-08 00:50

“도와주세요. 아만다 베리예요. 저는 납치됐어요. 10년 동안이나 없어졌었는데 지금은 자유를 찾았어요.”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경찰에 다소 경황없는 전화가 걸려왔다. 어느 모로 보나 납치 피해자가 다급하게 건 911전화였다. 이 전화 한 통으로 10년 동안 실종됐던 여성 세 명이 돌아왔다. 실종 당시 10~20대 초반이었던 이들은 모두 목숨을 잃지 않았을 뿐 아니라 건강 상태도 매우 양호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세 여성은 클리블랜드에서 2000년대 초반 사라진 아만다 베리(26), 미셸 나이트(32), 지나 드지저스(23)다. 실종 당시 이들은 끈질긴 수사에도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은 세 여성이 납치 사건 피해자일 것으로 추정했을 뿐이다.

세 여성은 사라진 시기와 장소가 모두 비슷했다. 나이트는 21세이던 2002년 8월 사촌 집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후 실종됐다. 베리는 2003년 4월 17세 생일을 하루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집으로 전화를 걸어 곧 가겠다는 말을 한 뒤 실종됐다. 1년 뒤인 2004년에는 14세이던 드지저스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다 사라졌다. 이들은 실종 장소 인근의 한 주택에 함께 감금돼 10여년을 보냈다.

그동안 가족들도 고통스런 삶을 살았다. 베리의 어머니는 딸을 찾다가 건강이 악화돼 2006년 숨졌다. 한 교도소 재소자는 “주차장에 베리의 시체가 있다”는 거짓 증언을 했다가 4년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드지저스가 실종됐을 땐 남성 두 명이 유력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CBS에 따르면 별도의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이 세 여성이 감금돼 있던 집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으나 반응이 없어 돌아간 적도 있다.

베리가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던 것은 이웃 주민 찰스 램지의 도움 덕이었다. 램지는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해 낑낑대는 베리를 발견했고, 베리는 램지를 보고 울면서 “제발 도와 달라”고 소리쳤다. 탈출에 성공한 베리는 램지의 집에서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경찰은 베리 등이 감금돼 있던 집의 주인인 아리엘 카스트로(52)와 50세, 54세인 그의 형제 두 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세 여성이 10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허핑턴포스트 등 여러 언론은 베리가 6년 전 딸을 낳았고 아이가 세 여성과 함께 발견됐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경찰이 지하실에서 천장에 매달린 사슬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집 안에는 베리의 딸 말고도 다른 아이들이 더 있었다고 한다. 반면 AP통신은 발견된 아이가 누구의 딸인지 등에 대해선 밝혀진 게 없다고 보도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