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訪美] “오늘날 한국의 번영은 美 참전용사들 희생 덕분”
입력 2013-05-07 18:50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오후(한국시간 7일 오전) 미국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첫 일정으로 알링턴 국립묘지와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잇달아 방문해 참배했다. 한·미 동맹 및 정전 6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국전에 참전한 미국인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차원이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은 ‘19인의 군인상’이 세워진 웨스트 포토맥 공원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한국전에 참전해 희생하신 분들과 역대 사령관들께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한국 국민 모두가 감사함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이 번영한 것도 그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라고 적힌 태극기 모양의 화환을 헌화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진행된 헌화 및 참배에는 에릭 신세키 미 보훈처장관과 역대 한미연합사령관 4명, 양국의 한국전 참전용사 10명이 함께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었던) 8년 전에도 워싱턴 도착 후 바로 이곳에 왔다. 오늘도 바로 이곳에 왔다”고 강조하면서 “올해가 정전 60주년이자 한·미 동맹 60주년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또 매년 300만명이 넘는 참배객 숫자를 언급한 뒤 “단일 전쟁 기념비로는 대단히 많은 숫자”라며 “그것은 한·미 양국 국민 모두가 한국전을 계기로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그것은 생생한 역사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9인의 군인상 중에서 한쪽 팔이 잘린 조각상의 실제 모델이 이날 참배를 함께한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이라는 소개를 받자 “아…젊으셨을 때 모습 같은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애국가와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무명용사탑에 헌화했고 묘지 기념관 전시실을 찾아 ‘무명용사를 기리는 패’를 증정했다. 박 대통령이 알링턴 묘지에 도착하자 예포 21발이 발사됐으며 묘지를 찾은 수백명의 미국인이 지켜봤다. 교민들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손을 흔들자 박 대통령도 환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인사했다.
박 대통령이 찾은 한국전 참전 기념비는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계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육군, 해군, 공군, 해병의 6·25 전쟁 당시 모습으로 만들어졌고 중앙에 대형 성조기가 세워져 있다.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도 새겨져 있다. 6·25 참전 용사들이 1985년 기념비 건립을 위한 모임을 자체적으로 구성한 뒤 미국 의회의 공식 승인을 받은 이후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 방미에 맞춰 완공됐다.
알링턴 국립묘지는 미국이 수행한 각종 전쟁의 희생자 유해가 묻힌 곳이다. 하와이에 있는 펀치 볼 국립묘지와 함께 미국의 양대 국립묘지로 불린다. 1864년 남북전쟁 전사자 묘지로 설립됐던 이곳에는 1·2차 세계대전, 6·25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 등에서 전사한 미국의 참전용사들이 잠들어 있다. 또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과 권투 헤비급 세계 챔피언인 조 루이스,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로 사망한 우주 비행사 2명의 유해도 안치돼 있다. 특히 케네디 전 대통령의 묘역에는 꺼지지 않는 ‘영원의 불(eternal flame)’이 묘비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