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친박 시계’에 맞춰진 與 지도부 재편
입력 2013-05-07 18:38 수정 2013-05-08 10:44
정치는 타이밍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과 사무총장 등 당직개편 일정에는 숨겨진 전략이 있다. 이른바 ‘날짜의 정치학’이다. 오는 15일 원내대표 경선을 치른 뒤 곧이어 당직개편을 하기로 한 일정은 철저히 친박(親朴·친박근혜) 지도부가 원하는 ‘정치시계’에 맞춰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원내대표 경선 날짜 자체가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에게 더 유리하다. 같은 날 오전 치러지는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친박 의원들의 최대 관심은 전병헌 의원의 당선 여부에 쏠려 있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전 의원이 당선될 경우 ‘카운터파트’로 실세인 최 의원이 온건파인 이주영 의원보다 적합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 의원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도록 새누리당 경선 일정을 ‘오후’로 잡았다는 것이다. 이는 당초 황우여 대표가 짰던 일정 구상과는 거리가 있다. 황 대표가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힌 일정은 ‘경선(13일)→당직자 임명(14일)→황 대표 임기 1주년 기념식(15일)→새 지도부 출범 뒤 첫 최고위원회의(16일)’였다.
하지만 회의 도중 이한구 원내대표가 “경선 날짜를 미루자”며 반발하면서 모든 일정이 틀어져 버렸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이 원내대표가 ‘내 임기와 관련된 사항’이라며 15일 경선을 고집했다”며 “추경 처리가 늦어질 수 있어 여유가 필요하다는 연기 논리를 폈다”고 전했다. 일정 확정은 다음 회의로 미뤄졌지만 신의진 원내대변인이 ‘15일’로 못 박아 발표하면서 경선 날짜가 확정됐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가 원내수석부대표로 자신을 도왔던 김기현 의원이 최 의원의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나서자 최 의원 측을 간접 지원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황 대표 입장에선 결과적으로 임기 2년차 행사를 원내대표 퇴임 행사에 양보한 셈이지만 ‘수난’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일부 의원들이 황 대표에게 전권이 주어진 당직자 임명 시기를 문제 삼았다. 한 친박 의원은 “인선의 최대 관심사가 신임 사무총장에 쏠려 있는데 14일, 경선 전에 임명하면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당직 임명을 연기하자는 주장은 친박 의원들이 계파의 홍문종 의원을 사무총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수’를 쓴 것이란 지적이다. 신임 총장 하마평에 최 의원 쪽에서 홍 의원이, 이 의원 측에선 원유철 의원이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홍 의원이 임명될 경우 원내대표 경선에서 ‘지도부 친박 일색’ 역풍이 불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