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분위기 띄우려다… ‘성희롱’ 망신살

입력 2013-05-07 18:31


환경부 몇몇 직원들은 요즘 기자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사과의 말을 꺼낸다. “사과할 일이 뭐 있느냐”고 해도 “그저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한다. 최근 출입기자들과의 모임에서 벌어진 산하 기관장A씨의 노래 사건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충남 공주시 계룡산 인근 식당. 환경부와 환경부 산하 기관 직원들, 환경부 출입기자들이 함께 참석한 저녁 식사 자리가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어느 순간 돌변했다.

A씨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야한 노래를 불러도 되겠느냐”고 말한 뒤부터다. 노래가 시작되면서 환경부 관계자들의 얼굴은 흙빛이 됐고, 여기자 6명을 포함한 참석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A씨가 부른 ‘영자’라는 노래는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차례로 열거하며 마치 여성이 여러 남성과 성행위를 하는 것처럼 비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A씨는 이후 기자들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대학 시절 유행했던 노래가 생각나 불렀는데 결과적으로 실수를 했다”며 “좋은 의도로 분위기를 띄우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환경부는 이 사건으로 아주 피곤한 입장이 됐다. 이곳저곳에서 “그런 노래를 부른 사람이 산하 기관장으로 계속 있을 수 있나”라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A씨 본인이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비친 데다 사퇴를 강제할 수단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때 술자리 등에서 음담패설류의 농담이 분위기를 띄운다고 인식되던 시기가 있었다. 공직사회든 일반 기업이든 마찬가지였다. 그런 얘기를 모임에서 꺼내 상사들을 웃게 만드는 게 능력처럼 여겨지던 때였다. 여성 공직자 중에서도 음담패설을 잘한다고 유명해진 이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분위기 띄우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세종=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