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하복→ 하의상달, 상급자는 말 줄이고… 직장 ‘권위 파괴’ 새바람
입력 2013-05-07 18:33
‘회의 시 상급자는 말을 줄입시다.’
권위주의를 깨고 상사와 부하직원이 우호적이고 수평적인 관계에서 일하는 문화를 직장에서 형성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 하의상달이나 협업이 아닌 일방적인 상명하달식 업무 방식으로는 더 이상 창조적인 결과를 내기 힘들다는 인식에서다.
대표적인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7일 ‘권위주의 타파 14계명’을 발표했다. ‘일을 모두 마치면 눈치 보지 말고 퇴근합시다’ ‘상사가 먼저 휴가를 사용합시다’ 등 여태까지의 관행에 비춰보면 파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일상생활과 관련해서도 ‘자신이 마실 차는 스스로 준비합시다’ ‘지나친 반말이나 하대를 하지 맙시다’ ‘폭탄주, 잔 돌리기 등을 타파합시다’ 등이 수칙으로 정해졌다. 한전은 14계명을 전 직원에게서 아이디어를 모아 만들었다. 권위주의를 깨기 위해 필요한 것을 ‘주관식’으로 맘껏 써 내라고 했더니 아이디어 수천개가 모였다.
14계명에는 세부 수칙도 있다. 예컨대 ‘회의시간을 최소화합시다’의 세부수칙은 ‘단순 전달사항은 메일·쪽지 등 활용’ ‘서서 하는 회의 시행’ 등이다.
권위주의적 문화로 인한 낭비 요인을 없애 직원들이 핵심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이다. 한전 관계자는 “권위주의 없는 기업문화가 정착되면 창의적 역발상이 가능해져 기업 경쟁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억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조직 분위기에서는 직원들의 불만이 축적돼 결국은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장 경영 능력이 없는 CEO는 권위주의적인 CEO라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직장인들은 우리 기업문화가 구글, 페이스북 등 창의적인 글로벌 기업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직장인 100명을 대상으로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문화가 100점이라면 자사의 기업문화는 몇 점이냐’고 묻자 평균 59.2점이라는 응답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기업에 비해 기업문화 점수가 낮은 이유(복수응답)로는 ‘상명하복의 경직된 의사소통 체계’(61.8%)가 가장 많이 지적됐다. 이어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하는 분위기’(45.3%), ‘부서 이기주의’(36.7%), ‘지나친 단기 성과주의’(30.7%) 등이었다.
자신이 속한 직장이 보수적 기업문화를 갖고 있느냐는 물음에 71.5%가 ‘그렇다’고 답했고, 그 이유는 ‘최고경영자(CEO)의 인식이 변하지 않기 때문’(65.5%)이라고 지적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