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직원도 본사 압력에 고통… 사직도” 남양유업 대리점주 문자 공개
입력 2013-05-07 18:32 수정 2013-05-07 22:23
대리점에 대한 남양유업 본사의 횡포가 알려지며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본사의 일부 영업직원들도 회사의 ‘밀어내기’ 압박에 고통스러워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7일 서울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피해 대리점주 유경현(47)씨는 지난해 본사 영업직원에게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2009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경기도 고양시 화정대리점을 운영한 유씨는 “우리 대리점을 담당한 영업직원
역시 상부에서 끊임없이 밀어내기 압력을 받아 고통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유씨가 공개한 메시지에는 20대 영업직원의 하소연이 담겨 있었다. 지난해 9월 회사를 떠난 이 직원은 “어리고 능력 없는 담당 만나서 다들 힘드시죠. 오늘부로 남양유업 사직서 냈습니다. 사장님들 모두 가정에서 멋있는 아버지, 멋진 남편이신데 남양 직원이라는 이유로 제가 모두 힘들게 해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또 “대한민국 대기업 80%가 푸시(밀어내기)를 하는데 어쩌겠어요”라고 하소연했다. “능력이 되는 한 모두 빨리 다른 일을 찾아 대성하시길 빕니다”라는 메시지도 있었다.
유씨는 “결국 이런 양심적인 사원도 계속 회사의 압력을 받다가 문제 동영상의 욕설사원처럼 변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권리금 1억원을 대출받아 대리점을 시작했지만 밀어내기 압박에 사채 빚 2억원을 졌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유씨는 “본사 직원에게 밉보여 대리점이 교체되면 권리금도 못 찾고 빚만 남게 돼 사채보다 본사 대금을 우선 갚았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떡값을 요구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도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남양유업대리점피해자협의회 정승훈 총무가 지난 2월 1일 경기도 한 지점의 영업사원(파트장)과 나눈 대화가 담겼다. 녹취록에서 이 영업사원은 “사장님(대리점주)께 돈을 받은 것은 진실”이라며 “그것(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오리무중”이라고 말했다. 정 총무는 “대리점주들이 영업직원에 1년에 떡값으로 주는 돈만 수천만원에 달했다”며 “이를 회사와 지점이 각각 나눠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본사의 횡포가 더 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제주 연동대리점을 운영하다 그만둔 전상관(45)씨는 “본사 지점장이 마음에 안 드는 대리점주를 갈아 치우기 일쑤였고, 권리금도 주지 않고 쫓아냈다”며 “그 자리에 지점 여직원 남편이나 과장 동생 등이 권리금 한 푼 안 내고 후임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