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벗어나려 강도짓 30대 항소심서 執猶로 풀려나
입력 2013-05-07 18:16 수정 2013-05-07 22:15
정모(36)씨는 유일한 피붙이였던 할머니가 세상을 뜬 뒤로 술을 입에 달고 살았다. 나중에는 알코올 중독 증세에 환청까지 들렸다. 정씨는 술을 끊으려면 술이 없는 교도소에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11월 13일 정씨는 경기도 광명시 경찰서 지구대 앞에 세워져 있던 자율방범대 차량 유리창을 벽돌로 내리쳐 박살냈다. 같은 날 밤 서울 용산의 한 치안센터 앞에 주차된 순찰차도 같은 방법으로 파손해 경찰에 잡혀갔다. 그러나 무거운 죄가 아니어서 조사 후 바로 풀려났다. 실망한 그는 더 중한 죄를 저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정씨는 술을 마신 뒤 광명시의 한 모텔에 들렀다. 카운터 위에 초콜릿을 올려놓고는 홀로 근무하던 여직원에게 말했다. “저 강도예요. 신고하세요.” 여직원이 “네?”라며 반문하자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보여줬다. 정씨는 놀란 여직원이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하자 더 크게 “돈 내놔” 소리를 질렀다.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힌 정씨는 바람대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석 달 후 항소심 재판부는 정씨를 풀어줬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민유숙)는 “범행을 뉘우치고 있다”며 정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 관계자는 “법정에서 본 정씨에게서 알코올 중독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