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악덕 상술 활개 “IT 모른다고 바가지냐”

입력 2013-05-07 18:17


직장인 이모(35)씨는 치매 증상이 있는 아버지에게 얼마 전 비상용으로 휴대전화를 장만해 드렸다. 어느 날 볼 일이 있어 잠시 외출했던 아버지는 단말기 전원이 꺼지자 가까운 대리점으로 들어가 “휴대전화가 고장났다”며 기기 교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판매점 직원은 ‘무료’라며 24개월 약정으로 필요도 없는 값비싼 스마트폰을 사도록 했다. 뒤늦게 사실을 안 이씨가 환불을 요청했지만 판매점 측은 “단순 변심에 따른 환불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절했다.

7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이동통신, 케이블 TV 등 디지털기기 및 서비스 정보에 취약한 50대 이상 부모세대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악덕 상술이 활개를 치고 있다.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이동통신 업체들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데이터 제공량이 터무니없이 적은 실버요금제를 판매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컨슈머리서치가 소비자고발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피해를 조사한 결과 ‘50세 이상 부모세대 대상 정보통신 및 IT 관련 악덕 상술’에 대한 민원은 2010년 58건에서 2011년 86건, 지난해 272건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피해구제 신청 건수를 품목별로 살펴보면 이동통신이 207건(76.1%)으로 절반이 넘었다. 구체적인 사례별로는 ‘기기값 공짜 등을 미끼로 단말기값을 바가지씌운 사례’가 94건(45.4%)으로 가장 많았고 ‘소액결제 등 부당요금 청구’ 62건(29.9%), ‘명의 도용에 의한 피해’ 27건(13%)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65세 이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는 실버요금제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실버요금제는 기본요금은 저렴하지만 제공되는 음성통화량이나 데이터가 너무 적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서 판매 중인 기본요금 1만5000∼3만4000원(부가세 제외)의 노년층 특화 LTE 요금제는 손자·손녀와 영상통화를 원하는 노년층을 위해 30∼100분의 영상통화를 제공하는 대신 데이터 제공량은 100∼300MB 수준으로 최소화했다. 하지만 100MB는 인터넷 검색을 하기에도 적은 수준이어서 데이터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실버요금제는 노인고객 중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분들을 위해 마련한 저가 요금제”라며 “더 많은 데이터를 쓰고 싶다면 일반 LTE 요금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