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60세 정년도 준비안됐는데…” 61세 연장론에 당혹

입력 2013-05-07 18:05


현대자동차 노조가 정년을 61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는 정년 60세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거진 현대차 노조의 주장에 당혹스러워하면서 현대차 노조가 국내 단일기업 노조 중 최대 조합원을 보유한 만큼 이 같은 입장이 다른 기업 노조에까지 번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주장은 퇴직과 연금 수령 시점의 간극을 없애기 위해서 ‘1년 더’ 정년 연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1952년생까지는 국민연금 수령 개시 연령이 만 60세이지만, 1953∼1956년생 근로자의 경우 만 61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퇴직 후 수입이 중단되는 기간이 없게 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물론 아직 현대차 노조의 입장이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 노조 내부에서도 정년 추가 연장이 지나친 요구가 아니냐는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단체협상을 통해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지 2년도 안돼 추가 연장을 논의하는 것이 ‘귀족노조’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 임시 대의원 회의를 진행 중이다. 이 회의를 통해 정년 61세 연장안을 올해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에 정식 상정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 때문에 현대차 사측은 “노조가 정년 연장 기류를 보이고 있지만 협상을 시작한 것도 아니다”며 “지금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재계는 ‘정년 60세’ 법안에 따라 임금 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정년 연령이 이슈로 등장한 것에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노동조합 중 가장 강한 현대차 노조는 다른 노조의 교본이나 마찬가지”라며 “만약 현대차 노조가 정년 61세를 채택하면 같은 그룹 소속인 기아차 노조도 추가 정년 연장을 요구하게 될 테고, 다른 강성 노조들도 따라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현재 국민연금의 지급 연령은 1957∼60년생이 만 62세, 1961∼64년생은 만 63세”라며 “현대차 노조의 논리대로라면 연금 지급 연령에 맞춰 해마다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대기업들은 대부분 다른 기업의 일이라며 언급을 꺼리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특수한 요구일 뿐 다른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아무리 노조가 강하다고 해도 정년 60세 연장법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법 이상의 것을 해 달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의 요구는 정년 연장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시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년 연장에 대한 각론 없이 시행이 확정돼 2016년 정식으로 시행될 때까지 끊임없이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정년 연장을 둘러싼 문제들은 개별 노사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혜숙 권지혜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