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최초·불우한 가족사… 닮은 두 정상 ‘소통의 만남’

입력 2013-05-08 01:04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과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이 만나 반갑게 손을 맞잡았다. 양국에서 각각 성별과 인종의 ‘유리천장’을 깨고 최초의 대통령이란 기록을 세운 ‘마담 프레지던트(Madame President)’와 ‘프레지던트 오바마(President Obama)’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7일 오전 11시30분(이하 현지시간)부터 워싱턴 백악관에서 30분 동안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어 45분간 오찬을 함께했고, 오후 1시30분 공동기자회견대에 서는 등 2시간 가까운 시간을 같이 보냈다. 20㎝ 이상 차이 나는 키와 9살 나이 차의 두 정상은 성별도 피부색도 달랐지만 서로의 동질감을 공유하며 한·미동맹 60주년의 의미를 양국 국민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회담 장소 ‘오벌 오피스(Oval Office)’는 백악관의 공식 집무실이다. 방 모양이 달걀처럼 타원형으로 생겨 붙여진 이름으로 외국 정상과의 소규모 회담이 종종 열린다. 책상 뒤에는 큰 창문이 3개 있는데 창문 밑에는 비밀 소형 진동기가 숨겨져 있다고 한다. 이는 옛 소련이 유리창에 반사되는 음성 파동을 감지해 대화 내용을 해독하는 기계를 개발했다는 정보에 따라 설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국 정상이 오찬 회동을 한 캐비닛룸(Cabinet Room)은 백악관 웨스트윙의 여러 방 가운데 하나로 미 대통령과 각료들이 회의를 하는 곳이다. 양국 정상은 이스트윙의 방 가운데 하나인 이스트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앞서 두 정상은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당선되고 이틀 뒤 오바마 대통령이 축하 전화를 걸어오면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후보 시절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소식을 들은 직후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미국 사회의 흑백 갈등을 무너뜨리고 사회통합에 앞장선 지도자”라고 평가하고 축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점 외에 불우한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성공에 이르렀다는 점도 두 정상이 닮은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양친(박정희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을 모두 흉탄에 잃은 비극적인 가족사를 겪었고,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 대통령은 유년기 부모의 이혼과 재혼을 겪은 뒤 인종차별에 대한 고민으로 술과 마약에 탐닉하는 방황기를 보내기도 했다.

딱딱한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유머를 적극 활용한다는 면도 공통점이다. 박 대통령은 미리 유머를 찾아서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유의 화려한 입담을 토대로 비교적 자유롭게 유머를 구사하면서 좌중의 폭소까지 이끌어내지만, 날카로운 풍자를 곁들인다.

반면 박 대통령은 보수 성향의 새누리당 소속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진보 성향의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이념적 배경에 차이가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