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남호철] 해파리의 변신

입력 2013-05-07 19:02

해파리는 우리나라 여름철 해수욕장의 피서객뿐 아니라 어민들에게도 골칫거리다. 촉수의 독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이며 개체 수 증가로 어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기 때문이다.

국내 해안에 나타나는 해파리는 약 31종이며 크게 3종류로 나눌 수 있다. 독성이 약한 우리나라의 보름달물해파리, 독성이 있는 중국 발원의 노무라입깃해파리, 아열대 지역 발원의 맹독성 작은부레관해파리 등이다. 이 가운데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성숙하면 직경 1m, 무게는 200㎏을 넘기도 하며 가장 많이 출현하고 있다. 주로 중국 양쯔(揚子)강과 보하이(渤海)만 사이에서 3∼4월 생겨나 해류를 타고 국내 해안으로 들어온다.

해파리의 독침은 촉수 안 자포에 들어 있다. 독 성분이 단순한 벌이나 뱀과 달리 해파리 독은 150개 이상의 성분으로 구성돼 있어 한번에 대응할 수 있는 해독제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특히 혈압을 강제로 떨어뜨리는 성분은 호흡곤란 뿐 아니라 심하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8월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8세 여아가 국내 처음으로 해파리에 쏘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에서는 노무라입깃해파리에 쏘여 숨진 사람이 8명에 달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과 갯벌 매립 등 해양 생태계의 파괴로 해파리 서식 환경이 유리해지고 무분별한 어획으로 해파리의 천적인 거북과 쥐치 등의 수가 줄어들면서 해파리의 개체 수는 급증했다. 이 때문에 2003∼2009년 연근해 수산업 등에 연간 760억∼5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 해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어도와 가거도 먼 바다에 대한 항공 예찰을 실시하고 해수욕장에 해파리 수거선을 배치하는 한편 고압분사기(워터 제트) 등을 이용해 해파리 유생(幼生) 단계인 폴립을 제거하는 작업이 펼쳐지지만 역부족이다.

막대한 피해를 주는 해파리가 우리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고 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는 감마선 등 방사선을 쪼이는 방법으로 해파리에서 화장품·의약품의 원료인 콜라겐을 추출하는 공정의 효율을 4배 이상 높였다. 공정 비용이 저렴한데다 콜라겐 수득률이 높은 장점이 있다. 더욱이 닭, 쥐 등 동물에서 반복적인 산(酸) 처리를 통해 추출한 콜라겐과 달리 세포 독성 및 면역 반응의 위험이 없어 금상첨화다. 연간 수백억원 규모에 이르는 콜라겐 수입을 대체할 수도 있다고 한다.

‘바다의 불청객’ 해파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할지 주목된다.

남호철 논설위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