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1의 꿈’… 도시화 승부수
입력 2013-05-07 17:10
중국 지도부는 지난해 11월 열린 제18차 당대회에서 내수 위주의 경제성장을 강조하면서 도시화의 적극적이고 안정적인 추진을 새로운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3월 17일 총리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도시화를 통해 거대한 소비와 투자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총리이던 지난해 11월 28일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접견한 자리에서 “중국의 향후 수십년 성장 잠재력은 도시화에 있다”고 밝혔다. 도시화는 이제 리 총리가 직접 챙기는 최우선 정책 과제로 꼽힌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이룬 ‘토지의 도시화’에서 앞으로는 ‘인구의 도시화’, 즉 사람이 중심인 도시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대도시보다 중소도시에 중점을 두게 된다. 중국 정부는 이를 ‘신형 도시화’라고 부른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곧 발표할 ‘전국 도시화 추진 계획 요강(2011∼2020)’을 통해 전국에 20여개 도시군을 형성하고 180여개 지방도시와 1만여개 소도시를 건설한다는 내용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발개위는 이에 따라 최근 국무원 비준을 거쳐 장쑤성 난징(南京), 우시(武錫), 창저우(常州), 쑤저우(蘇州), 전장(鎭江) 등 5개 도시를 현대화 건설 시범지역으로 지정했다. 이 지역은 한국 기업이 상당수 활동하고 있는 창장(長江) 삼각주 핵심지역이다.
발개위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지정한 이들 현대화 시범구를 2030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제 현대화를 비롯해 도시 현대화, 사회 현대화, 생태 문명과 정치 문명 건설 등을 적극 추진해 산업화와 도시화가 조화를 이루는 성공 모델로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장쑤성은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를 넘어섰다. 우시, 쑤저우, 난징, 전장, 창저우는 차례로 장쑤성 내 1인당 GDP 상위 1∼5위를 차지했다.
◇왜 신형 도시화인가=내수 확대와 국토의 균형 발전, 도시 난개발에 따른 각종 문제점 해소가 도시화의 주된 목적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최대 50조 위안(약 8900조원)의 내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무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국내무역발전 12·5계획’은 2015년 국내 소비시장 규모를 32조 위안(약 5696조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국내 소비시장 규모는 20조원이었다. 이에 비춰보면 2020년까지 새로 창출할 내수는 엄청난 크기다.
중국사회과학원이 최근 발표한 2013년 ‘투자 청서’에 따르면 2030년 중국의 도사화율은 70%. 앞으로 20년은 도시와 농촌 사이의 변동이 가장 급격하게 진행되는 시기가 된다는 것이다. 투자청서는 도시화율이 1% 증가하면 당해연도 국내총생산(GDP)이 1∼2% 증가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30년이 되면 중국 전체 인구는 15억명을 넘어서고 그 가운데 도시 인구는 10억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농촌인구가 3분의 1 이상 줄어든다는 의미다. 즉 3억명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게 된다.
중국의 2012년 기준 도시화율(전체 인구 중 도시 장기거주인구 비율)은 52.6%였다. 이 중 도시에 주민등록(戶口·후커우)이 있는 인구는 전체의 35%로 집계됐다. 이러한 차이는 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인 농민공(農民工) 때문이다. 현재 농민공은 2억6000만명가량이다.
◇신형 도시화 5대 전략=발개위 쉬셴핑(徐憲平) 부주임은 최근 중국 도시화 관련 국제포럼에서 값싼 노동력, 자원 소모, 똑같은 공공서비스 등에 의존한 도시화 모델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5대 전략을 제시했다. 그 첫째는 단연 농민공의 도시민화. 이를 위해 호적제도의 점진적 개혁뿐 아니라 의무교육, 취업, 양로와 의료, 주택 등 분야에서 공공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도시와 중소도시를 연결시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 이를 ‘도시화의 최적화’라고 불렀다. 인터넷을 이용한 종합교통망이나 정보망 구축을 그 예로 들었다. 이 경우 중서부 지역의 자원이나 환경 조건이 좋은 곳이 새로운 도시군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는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 능력을 키우는 것. 이를 위해 빈민촌이나 환경오염, 교통문제 등 ‘도시병’이 없는 녹색도시 건설을 강조했다. 네 번째로는 농촌과 도시 간 발전의 일체화를 이루고 다섯 번째는 정부와 시장(市場)이 도시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이를 제약하는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신형 도시화를 위한 개혁 과제=호적제도 개혁은 최우선적인 과제다. 중국 정부는 후커우 이전 제한을 통해 도시 유입 인구를 통제해 왔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후커우 없이 농촌에서 도시로 일하러 나가는 인구가 급증했다.
이들은 사회복지 제도의 사각지대에 처하게 돼 사회문제로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중앙 정부는 지난해 소도시 후커우 취득은 완전 개방, 중급 도시는 선별적 개방, 직할시는 미개방을 원칙으로 하는 호적제도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시장경제연구소 런싱저우(任興洲) 소장은 “중소도시에서는 호적 개혁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토지제도 개혁이다. 농촌의 토지는 촌민 공동소유제로 운영되고 개발이익은 국가에 환수된다. 따라서 도시화 과정에서 지방정부는 수익을 얻지만 농민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이에 대해 농민의 토지에 대한 권리를 높이고 농민이 도시민으로 후커우를 바꿔도 권익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취약한 지방 재정도 큰 문제로 꼽힌다. 도시화를 위한 인프라 건설 등으로 지방정부 부채가 급증해 지난해 기준 15조 위안에 달했다. 이에 따라 재정 및 세제 개혁을 통해 지방정부에 재산세 징수 권한을 부여하고 중앙정부 교부금을 배정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도시의 실제 거주민을 기준으로 행정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는 행정제도 개혁이나 공립의원 개혁도 선결과제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