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으로 가정 화목 다져요”
입력 2013-05-07 17:30
5년째 노인복지종합관 경로식당 배식 돕는 김해정씨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이 화목하면 만사가 이루어진다(家和萬事成)고 했다. 요즘처럼 살림이 어려울 때 가정의 화목은 그 어느 때보다 가족들에게 힘이 된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화목이 절로 일궈지지는 않는다. 부부가 서로 감사하고, 자녀가 부모를 존경해 늘 웃음이 넘쳐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김해정(48·서울 신수동)씨는 가정 화목의 비결로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바로 봉사다. 봉사가 어떻게 가장 화목의 비결이 될 수 있는지 그를 만나봤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 “여기 김치 더 있어요. 감사합니다.” “ 다 드셨어요. 빈 그릇은 제가 가지고 갈게요. 감사합니다.”
지난 3일 서울 창전동 마포노인종합복지관 1층에 자리한 경로식당 ‘글로리아’, 식탁 사이를 부지런히 누비는 해정씨의 입에선 ‘감사합니다’란 말이 떠나지 않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식판을 노인들 앞에 내려놓을 때는 물론 모자라는 반찬을 식판에 덜어 주면서, 또 다 먹은 식판을 갖고 갈 때도 어김없이 노인들에게 속삭였다. ‘감사합니다’라고. 해정씨의 웃음에 버무린 인사에 무표정하던 노인들의 입가에도 어느새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105㎡(32평) 남짓한 식당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600여명의 노인들이 식사를 하다보니 여간 번잡한 게 아니었다. 특히 12시까지는 한숨 돌림 틈도 없이 바쁘지만 해정씨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해정씨는 5년 전 마포구 의용소방대 6명과 함께 이곳에서 배식 봉사를 시작했단다. 다른 봉사자들은 개인사정으로 하나둘 그만두기 시작해 지금은 혼자 남았다는 그는 “다해놓은 밥과 반찬을 그저 상에 올려 드리는 것이니 일이랄 것도 없는 데다 그것도 일주일에 한두 번밖에 하지 못하고 있어 죄송할 뿐”이라며 쑥스러워했다.
마포노인종합복지관 영양사 김영유 주임은 “상냥해서 어르신들이 무척 좋아하신다”면서 주말에는 자녀와 함께 오시고, 김장봉사도 해마다 빠뜨리지 않는 고마운 분이라고 했다. 13년 째 이곳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김순례(80·서울 창전동)씨도 “얼마나 일을 재바르게 잘하는지 모른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주위 사람들의 칭찬에 얼굴이 발개진 해정씨는 손사래를 치면서 “얻어가는 게 더 많아 외려 감사해야 한다”며 함박 웃었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도 이곳에서 어르신들이 식사를 드시고 흡족해 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고, 두 시간쯤 열심히 움직이니 운동이 되서 건강도 좋아졌다”는 해정씨다.
해정씨가 이곳에 주일에 한두 번밖에 오지 못하는 것은 여러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째 ‘문어발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해정씨는 “그래서 어느 곳 한 군데도 제대로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복지관에선 서빙봉사 외에 2주에 한번씩 데이케어 센터에 오는 노인의 식사 수발을 들고 있다. 일요일과 월요일에는 대형마트와 시장 2곳에서 16가지 품목의 물가를 조사하는 서울시 물가모니터 자원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에는 독거 어르신들께 나눠줄 채소를 기르는 신수동 주민센터 옥상 텃밭가꾸기에도 나선다. 마포아동보호기관의 손 인형 순회공연에도 수시로 참가하고 있고, 사회복지회의 푸드 마켓 3호점과 홀트일산복지타운에도 매달 들려 물건과 서류 정리 등을 돕고 있다. 이밖에도 일년에 한두 번씩 펼쳐지는 각종 조사에 일손을 보탠다.
“주위에선 봉사활동을 좀 줄이라고 말하죠. 저도 가끔 그럴까 싶지만 연락이 오면 마다할 수가 없네요.”
주중에는 하루도 집에 있는 날이 없다 보니 가족들에게 미안해 평소 더 잘해 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는 특히 “남편이 사업을 열심히 해 봉사할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해 줘 ‘고맙다’고 했다. 이런 해정씨에게 남편은 ‘요즘 다 어려운데 일이 이만큼 되는 건 당신이 좋은 일을 하기 때문’이라며 고마워한다고. 고1짜리 딸은 “엄마 같은 분이 내 엄마인 게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존경의 마음을 전해 해정씨를 뿌듯하게 한다.
“아들과 딸도 학교에서 봉사 부장을 하더라고요. 공부는 못해도 인성만큼은 그만입니다. 건강과 즐거움도 얻고 자식 교육에도 도움이 되니 이래저래 봉사는 우리 가정 화목에 일등공신입니다.”
해정씨는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살고 있는 동네 주민센터에 마련된 자원봉사캠프에 가보라고 했다. 그곳에서 일손이 필요한 곳을 알려 준단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