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린이집 비리 국공립 시설 확대로 대처해야

입력 2013-05-06 19:21 수정 2013-05-06 21:39

무상보육 전면확대는 재검토가 맞다

최근 비리의 온상처럼 부각되고 있는 어린이집들이 이제는 집단의 위력을 앞세워 국회의 입법 활동마저 방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제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 등 국회의원 13명은 보육담당 공무원들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어린이집의 재정범죄에 대한 감독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가 어린이집 원장들의 조직적 협박을 받고 지난 3일 이를 철회했다. “낙선운동 각오하라”, “밤길 조심하라”는 등의 욕설과 협박이 배어 있는 집단이기주의에서 어린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탐욕밖에는 찾을 수 없다.

어린이집 비리는 최근 공금 빼돌리기 이외에도 아동학대, 보육교사 급여 갈취, 불량급식 등 자고 일어나면 한 건씩 터질 정도로 잦아졌다. 지난 3년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건수는 2009년 67건, 2010년 100건, 2011년 159건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무상보육 공약이 올 들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보조금이 늘어났으므로 허위청구와 횡령금액이 증가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민간 어린이집의 권리금이 최대 3억∼4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보도됐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어린이집 감독 인력과 권한은 늘어난 예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어린이집이 보육교사를 허위로 등록하거나 급여 일부를 착복하고 특활 프로그램 강사료를 리베이트로 챙겨도 계좌추적이 어려워 처벌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사실 어린이집 비리에 대해서는 그동안 숱한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어린이집 내 CCTV 설치 의무화, 신고 포상금제도 확대, 아동을 학대한 원장과 보육교사의 명단공개와 시설 폐쇄 및 처벌강화, 보육교사의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 및 자격기준 강화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찬반 논란만 무성할 뿐 그 어느 것도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또한 그 어느 것도 근본적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러는 사이에 아이를 오래 맡겨야 하는 일하는 엄마들은 어린이집 입소를 거절당하고 있다. 전체의 95%가 민간사업자인 보육시장은 정부의 엉성한 복지정책이 만든 사각지대다. 부모들은 ‘어린이집이 갑인 세상’을 만들어 놓은 정부정책에 화가 치민다. “내 아이가 볼모이니까” 그쪽이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보육은 여성과 가족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는 낡은 인식이 근본적 문제다. 정치권과 정부가 국공립시설 확충은 포기한 채 민간시장에 국가예산을 다 투여해버리면 보육사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감안할 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없으니까 여성 취업률이 오르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안 낳는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지금부터라도 무상보육정책의 방향을 돌려야 한다. 당장 전면무상교육을 포기하더라도 집행 가능한 예산을 모두 국공립 유치원 확대로 돌려 보육을 단계적으로 공공화해야 한다. 어린이와 노인은 대표적 취약계층이므로 복지정책의 우선순위를 차지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