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우스푸어 구제책에 매각유도는 왜 없는지

입력 2013-05-06 19:20

지난 4·1 부동산종합대책에서 거론됐던 하우스푸어 구제책이 예정대로 6월부터 실시될 전망이다. 6일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1일부터 사전채무조정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제외, 부실 주택담보대출 채권 매입,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하우스푸어 대책이 채무연착륙에만 초점을 뒀을 뿐 매각을 유도하는 대책이 빠졌다는 점에서 반쪽짜리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하우스푸어란 부동산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을 때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샀으나 이후 집값이 급락하면서 대출 원리금 상환부담에 허덕이는 채무가구를 말한다. 어차피 살 집이 필요했던 데다 부동산시장이 계속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 나머지 담보대출에 의존한 주택매입이 결과적으로 화를 부른 경우다.

개발연대부터 줄곧 이어진 부동산 불패신화가 사실상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뒤늦게 뛰어든 대출금 위주의 주택매입이 상투 잡은 꼴이 된 것이다. 막차를 탄 투기·투자문제의 경우 해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서둘러 매각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손절매다. 다음으론 부분매각을 통해 대출 원리금 부담을 줄이면서 매입상품의 가격회복을 기다리는 것이다.

하우스푸어의 경우, 해당 주택이 투기·투자목적과 더불어 자기 주거용이라는 이중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위 해법을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정부가 하우스푸어 구제책의 초점을 채무연착륙 유도에 둔 것도 그와 같은 특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LTV 규제가 기계적으로 적용되면 규제비율을 맞추기 위해 당장 대출금액의 일부를 상환해야 하지만 상황능력이 없는 이들로서는 가계파산을 피할 수 없다. 이뿐 아니라 부실 주택담보대출 연체 해법으로 자산관리공사(캠코)가 해당 채권을 매입해 원금 상환유예나 장기분할 상환 등 채무조정을 꾀하는 방식도 마련됐다.

문제는 채무연착륙 방식이 모든 하우스푸어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채무연착륙 방식은 원금상환을 전제로 하는, 다시 말하면 장기간에 걸쳐서라도 상환능력이 있는 하우스푸어의 경우는 효과를 보겠지만 상환능력이 없는 하우스푸어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이들에게는 손절매 방식이 바로 적용될 수 있는 유도책이 필요하다.

손절매가 되지 않는다면 이후의 원리금부담은 해당 금융기관의 손실로 귀결되거나 공공자금, 즉 국민의 혈세에서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는 그야말로 하우스푸어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것이다.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캠코가 시가로 매입한 후 담보대출을 정리토록 하고 임대주택으로 전환해 셋집으로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