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공중전은 우리의 솔직 경험담”… 5인조 밴드 ‘장미여관’ 1집 내놔

입력 2013-05-06 19:13


최근 발매된 5인조 밴드 장미여관 1집 ‘산전수전공중전’에는 밴드 멤버들의 일상이 녹아 있다. 유머러스하게 털어놓은 솔직한 경험담들이다.

가령 음반의 첫 곡 ‘오빠들은 못생겨서 싫어요’ 노랫말은 이러하다. 2010년 음악을 하려고 부산에서 상경한 강준우(33·기타 겸 보컬)와 육중완(33·기타 겸 보컬). 두 사람은 서울 홍익대 인근 놀이터로 가 벤치에 앉아 있던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커피 좋아해요? 한 잔 사드릴까요? 카페모카 라떼 좋아하세요?’ 하지만 여성들은 이들의 얼굴을 본 뒤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오빠들은 못생겨서 싫어요.’

‘서울살이’ 노랫말 역시 가관이다. 도입부엔 지방이 고향인 멤버들의 타향살이 설움이 묻어 있다. ‘만만치가 않네 서울 생활이란 게/ 이래 벌어가꼬 언제 집을 사나.’ 하지만 노래는 후렴구에서 반전을 이룬다. ‘나 목숨 걸고 반드시 성공하면은/ 꼬시리라 꼬시리라/ 서울 아가씨 꼬셔서 장가가리.’

이처럼 재기발랄한 노랫말은 장미여관 음악의 강점 중 하나다. 장미여관은 지난해 오디션 프로그램 ‘톱밴드 2’(KBS2)에서 자작곡 ‘봉숙이’로 하루아침에 스타로 부상했다. 브라운관에 소심한 남성의 구애 과정을 경상도 사투리로 풀어낸 ‘봉숙이’가 나올 때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최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장미여관을 만났다. 이들은 정규 1집을 발표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속이 시원하다”고 입을 모았다. “부담이 엄청 심했어요. ‘장미여관은 ‘봉숙이’ 말고는 들을 게 없다’는 말을 들을까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강준우)

윤장현(39·베이스)과 임경섭(35·드럼), 배상재(34·기타) 등 나머지 멤버들 역시 음반 작업 과정에서 느낀 부담감을 토로했다. “들으시는 분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애정을 갖고 만든 앨범이에요.”(임경섭) “압박감이 상당했어요. 타이틀곡 ‘오래된 연인’의 경우 기타 리프(Riff·반복되는 기타 선율)만 15개나 만들어봤을 정도예요. 고생 끝에 음반이 나오니 후련하네요.”(배상재)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서 짐작할 수 있듯 멤버들은 모두 15년 넘게 음악의 길을 걸어온 인물들이다. 강준우와 육중완은 부산 라이브 카페에서 통기타를 치며 돈을 벌었고, 나머지 멤버들은 20대 초반에 서울로 올라와 각각 수많은 인디밴드에서 활동했다. 장미여관이 결성된 건 2011년이었다.

“이 나이까지 음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돈 문제가 아니었어요. 사회적인 시선을 견디기 힘들었죠. 실제로 무명의 음악인들 사는 걸 보면 생계가 많이 힘들진 않거든요. 다들 자기 밥그릇은 챙겨먹어요. 하지만 주변에서는 저희를 삐딱하게 보는 경우가 많죠.”(배상재) “고향에 내려가면 친구들이 ‘너 아직도 음악하냐?’고 묻는데 그 말이 정말 듣기 싫더라고요.”(육중완)

음반엔 장르는 다르지만 장미여관 특유의 색깔이 묻어나는 노래 12곡이 담겨 있다. “유행을 타지 않고 장수하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살다가 어떤 일을 맞닥뜨렸을 때 그 상황에 맞는 장미여관의 어떤 노래를 떠올리게 되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임경섭)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