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천연가스 수출 본격 추진

입력 2013-05-06 19:03


미국이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천연가스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6일 “천연가스 수출은 미국의 에너지 정책의 전환점이자 미국 국가 안보 정책의 새로운 무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중남미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면서 “2020년까지 미국은 천연가스 순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천연가스 수출을 허가하도록 특별명령을 곧 내려야 한다”며 “승인이 된다면 특히 북중미 지역에서의 가스 가격이 하락하도록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엄청난 천연가스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수출보다는 수입에 주력해 왔다. 현재 미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천연가스 수입국이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유럽 수입 비용의 3분의 1에 불과해 미국이 수출에 나서면 국제 에너지 시장의 판도에 큰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천연가스를 비롯해 모든 에너지 수출은 미국의 국가안보정책으로 분류돼 정부의 허가 없이는 수출이 불가능하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한 연설에서 “(천연가스라는) 새로운 에너지가 글로벌 안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훌륭한 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은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 증가가 전통적인 가스 수출 상위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언급하고 있다. 천연가스 수출 1위국인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 밖에 천연가스가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해 원유와 석탄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수개월 내에 텍사스 지역에 천연가스 수출 판매용 시설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허가를 받으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나라에 에너지를 수출할 수 있는 미국 내 두 번째 시설이 된다. 그동안은 일본이 유일했다. 다만 FT는 초기 천연가스 수출은 신중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국 내 화학업계의 반대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천연가스 수출이 셰일가스 붐으로 인해 낮아진 천연가스 가격을 높여 기업들의 에너지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미 당국은 천연가스의 수출 제한은 자유무역이라는 미국의 전통적인 정책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수출 강행 의사를 보이고 있다. 피터 오스잭 전 백악관 예산국장은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 비난해 오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