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장기집권 말레이시아 여당 국민전선 총선 승리
입력 2013-05-06 19:03
지난 56년간 정권을 쥔 말레이시아 집권연합 국민전선(BN)은 이번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사상 첫 정권 교체 가능성이 고조됐던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국민전선은 222석 가운데 133석을 확보, 야권 3당 동맹 국민연합(PR)을 누르고 5일 승리했다. 이로써 국민전선의 집권 기간은 60년으로 연장됐다. 야권은 89석을 확보했다.
나집 총리는 승리가 확정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성숙한 민주국가임을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며 “야당이 열린 마음으로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화합 프로그램에 착수할 것”이라며 “정치적 인종적 극단주의를 거부하고, 더 온건하게 서로를 포용하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선거운동 기간 내내 ‘유령 유권자’ 등 정부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온 국민연합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65) 전 부총리는 투표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야권의 ‘부패 척결과 민주개혁’보다 집권연합의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을 선택했다. 이번 총선은 종족 간 대결이기도 했다. 인구의 약 60%를 차지하는 말레이계 주민은 여당을, 24%에 불과한 중국계 유권자들은 야권을 지지했다. 도시보다는 농촌에서 여권 지지 성향이 강했다.
국민전선이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향후 강한 개혁 드라이브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전선이 얻은 133석은 목표로 세운 3분의 2 의석(148석) 회복에 크게 못 미친다. 충격적 패배로 인식된 2008년 총선보다 7석 적은 결과다.
이런 선거 결과는 국민전선에 대한 실망과 민주개혁에 대한 열망이 동시에 담긴 것으로 보인다. 또 말레이계 대 중국계의 종족 갈등, 권위주의 통치와 집권층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 분노도 더욱 분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의 유력 정치인 안와르의 총리 도전은 이번 총선 패배로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권의 언론 장악 등 불리한 환경 속에서 박빙의 승부를 이끌어 낸 안와르가 당내 지도력 논란을 잠재우고 점진적 개혁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