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압바스 중국행… ‘중동 실력자’ 중국?
입력 2013-05-06 19:03 수정 2013-05-06 00:00
이스라엘군의 잇단 시리아 공습으로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6일 중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중 목적에는 경제 협력과 함께 중국과 우방 관계인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는 데 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전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도 팔레스타인 사태 해결을 위해 중국 순방에 나서는 등 중국이 중동지역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는 모양새다. 미국이 지난 2년간 시리아 사태 개입을 놓고 백악관과 정부 부처 간에 엇박자를 내는 것과 대조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군사시설 3곳을 공습한 5일 오후 안보내각 회의를 3시간 동안 주재했다. 안보 회의에서는 시리아와 접한 이스라엘 국경을 안정화하기 위해 아사드 정권에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이스라엘 관리 2명은 전했다. 방중을 통해 이스라엘의 유일한 관심은 이란산 무기가 시리아를 거쳐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뿐 아사드 정권 교체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자는 의도였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슬람 원리주의 성향이 강한 반군보다 다소 길들여진 권력인 아사드 정권이 안전한 셈이다. 예정된 중국행을 취소할 경우 이스라엘군이 추가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시리아 군인 최소 42명이 사망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이날 중국 외무부 대변인은 “군대의 무력 사용을 반대하며 어떤 국가든 주권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스라엘군과 시리아군의 추가 공격 자제를 촉구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방중에는 이란산 원유를 대거 수입하는 중국을 설득해 이란 경제와 핵 프로그램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됐
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비슷한 시기에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도 중국을 방문했다. 하루 앞서 도착한 압바스 수반은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회담 중재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의 중동 패권 장악이 공고해지는 사이 미국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미국은 지난 5일 이스라엘군의 시리아 공습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백악관과 나머지 부처 간에 손발이 맞지 않아 오판을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보도했다. 국방부, 국무부, 중앙정보국(CIA)은 수차례 개입 의지를 밝혔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비서실은 머뭇거렸다.
국방부가 지난해 4월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제한적 공습 등 군사적 조치를 계획했고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CIA 국장도 친미적 시리아 반군을 취사선택, 무장을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퍼트레이어스가 혼외정사로 지난해 사임하면서 CIA의 제안도 유야무야됐다. 시리아 개입이 정쟁에 이용되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은 개입을 주장했지만 한때 차기 국무부 장관으로 주목받던 경쟁자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를 강력 반대했다. 시리아 사태에 관한 미국의 어정쩡한 자세는 ‘세계 경찰(global policeman)’ 역할을 자제하고자 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단면을 드러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