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근무 48세 직장인, 국민연금 증가분 月 7만원 그쳐
입력 2013-05-06 18:58 수정 2013-05-06 00:16
1988년 3월 입사해 지난 25년 2개월간 다달이 국민연금 보험료 17만5050원(지난달 기준 본인부담금)을 적립해온 중견간부 신모(48)씨. 2020년 만 55세 퇴직 전까지 보험료를 납입한 뒤 만 64세가 되는 2030년 처음 국민연금을 탈 예정이었다. 연금액은 월 124만원(현재 가치 기준).
지난달 30일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일명 정년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이 통과함에 따라 신씨의 정년은 2025년으로 5년 늘어났다. 이 기간만큼 보험료를 더 내면 신씨가 받게 될 연금은 월 140만6000원으로 인상된다. 차액은 16만6000원. 은퇴 후 삶이 달라질 정도는 아니래도 영향은 끼칠 만한 액수다. 수입은 끊겼는데 연금은 아직 지급되지 않는 ‘소득공백기’도 9년에서 4년으로 줄어들게 됐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정년 연장이 노후 소득보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연금 가입기간을 늘려 결과적으로 노후에 연금액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건 신씨가 현재 받고 있는 월급 수준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계산이다. 만약 현재 재계와 노동계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계산은 많이 달라진다.
본보가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의뢰해 신씨 등 1988~2010년 입사한 월급쟁이 4명의 사례를 ①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60세 ②임금피크제 도입한 정년 60세 ③정년 55세 3가지로 나눠 국민연금 수령액을 비교 분석해봤다. 임금피크제는 정년 전 10년을 두 단계로 나눠 ‘50~54세 20%, 55~59세 50%’를 깎는 방식을 택했다.
임금피크제라는 변수를 대입해 신씨가 받는 월 연금액을 계산해 보니 131만원으로 정년 연장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보다 월 7만원 늘어다는 데 그쳤다. 1996년 입사한 18년차 직장인 이모(41)씨 사례를 봐도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정년 연장의 효과는 3분의 1로 깎였다.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경우 연금은 월 115만원으로 정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2027년 만 55세 은퇴)에 받는 연금(월 109만원)보다 고작 6만원이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이씨가 100세까지 장수해 35년간 연금을 꼬박꼬박 받는다고 가정하면, 총 2520만원(연 72만원븇35년)의 연금을 추가로 챙기는 셈이 된다. 5년 더 일한 대가로는 적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임금조정 없이 만 60세까지 일할 때와 비교하면 격차는 컸다. 이 경우 월 연금액은 124만원으로 55세 퇴직 시보다 월 15만원, 35년 수급 기준으로는 총 6300만원(연 180만원븇35년)을 더 받을 수 있다.
소득대체율(퇴직 전 소득 대비 연금액)이 40%까지 낮아진 최근 입사자나 임금이 낮은 근로자의 경우에도 임금피크제로 인해 생기는 손해는 대략 비슷했다. 2010년 입사한 김모(29)씨는 정년 60세의 경우 월 83만1000원을 받는 반면,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경우 수령액이 77만9000원으로 5만2000원 깎였다. 만55세 정년(월 71만3000원)보다 고작 월 6만6000원(연 79만2000원)밖에 더 받지 못하는 셈이다. 2000년 입사한 손모(36)씨도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 추가노동 5년의 대가로 월 5만8000원(연 69만6000원)을 더 받는 데 그친다.
조창호 전국사회보험노조 정책실장은 “임금피크제로 오래 일하되 실질 소득이 지나치게 삭감되면 정년 연장의 효과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