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창조금융보다 모방이 먼저”
입력 2013-05-06 18:49 수정 2013-05-06 22:43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이 금융권의 ‘창조금융 바람’을 겨냥해 쓴소리를 했다. 차라리 선진국 금융시스템을 쫓아 낙후된 수준부터 끌어올리는 ‘모방금융’이 급선무라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우리금융그룹 민영화를 세 차례나 무산시킨 정부에 대해서도 “손님을 다 내쫓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회장은 4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을 위해 찾은 인도 뉴델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은 다른 분야에 비해 아직 낙후돼 있다”며 “창조금융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수준을 따라잡는 것이 더 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첨단기술이나 새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금융은 아직도 다른 나라에서 되는데 한국에서는 안 되는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경제발전이 모방에서 창조로 이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금융 분야는 아직 모방조차 다 못 끝낸 상태라는 것이다.
박 회장은 “창조금융을 외치기 전에 우리 금융시장의 문호를 더 활짝 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박 회장은 정부가 우리금융 매각에서 진입 장벽을 너무 높여놨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는 것은 옳지만 금융당국이 세계적 금융기관의 입찰에 불이익을 주는 등 손님을 다 내쫓았다”며 “흥행이 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흥행을 바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흥행이 안 돼 매수자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이 만들어지다 보니 적정한 가격에 팔기가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