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乙관계 지겨워…” 애플 떠나는 액세서리 업체들

입력 2013-05-06 18:42


그동안 외국 호텔 객실에는 애플의 30핀 커넥터가 장착된 알람시계가 설치돼 있고 전자제품 판매점 진열대는 애플 전용 액세서리가 독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호텔 객실과 진열대에서 애플 전용 액세서리가 사라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액세서리는 물론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강압적인 애플의 정책이 역풍을 맞고 있다”면서 “애플 액세서리의 쇠퇴는 다른 경쟁 업체에 기회를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휴대기기 간 근거리 무선 기술 표준인 블루투스의 대중화는 액세서리 업체들이 ‘애플 너머’를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다. 아이폰 전용 오디어를 생산해온 아이홈은 올 들어 블루투스 기능을 갖춘 액세서리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에즈라 애쉬캐나지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만이 아닌 여러 제품에 적합한 액세서리를 찾는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이 지난해 30핀용 커넥터를 ‘라이트닝’이라는 이름의 8핀 커넥터로 바꾼 것은 액세서리 시장 변화에 결정타였다. 캠브리지 사운드웍스의 카일 톰슨 마케팅담당은 “문제는 애플이 다음엔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아이폰용 오디오 제작 업체인 복스 액세서리는 아이폰 전용 커넥터를 연결하는 오디오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로지텍도 커넥터 전용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대신 블루투스용 무선 스피커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로리 둘리 로지텍 수석부사장은 “사람들은 이제 애플 전용 액세서리에서 떠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 NPD에 따르면 지난해 30핀 커넥터를 이용한 디지털 스피커 매출액은 5억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6% 감소한 반면 블루투스 스피커는 3억8300만 달러로 175%나 성장했다.

애플은 최근 멀티미디어기기 간 콘텐츠를 공유하는 ‘에어플레이’ 기술을 선보였지만 일부 최고가 오디오 제품에만 사용될 뿐 대중적인 호환 제품이 생산되지 않고 있다. NYT는 “에어플레이가 과거 30핀 커넥터가 표준이 되지 않았던 과거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