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訪美] “北위협 걱정 말고 언제나 조국 믿고 성원해 주세요”

입력 2013-05-06 18:30 수정 2013-05-06 22:34


취임 이후 처음으로 재외동포들을 만난 박근혜 대통령은 이들이 해외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부터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연설하며 ‘디테일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동포들은 11분 연설 동안 15차례 박수로 화답했다. 45초에 한 번꼴이다.

박 대통령은 5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열린 뉴욕 동포간담회에 다홍색 고름으로 포인트를 준 미색(米色)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 박 대통령은 한복 차림의 남녀 어린이들로부터 환영 꽃다발을 받아들고 활짝 웃었다. 박 대통령은 “이곳 동포들은 독도 영유권과 동해 표기를 위한 자발적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3·1절에는 뉴욕 한복판 타임스스퀘어에서 독도 광고가 방영됐다고 들었다”면서 “우리 동포 1.5세대, 2세대들이 다방면에서 전문직 주류사회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랑”이라고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뉴욕에 거주했던 세계적 비디오아티스트 고(故) 백남준씨를 화두로 삼아 “비디오를 발명한 나라는 미국이고 그걸 소형화해 가정용으로 보급시킨 나라는 일본이다. 그러나 비디오를 예술작품으로 만들어낸 나라는 바로 우리 한국이다. 백 선생님이 그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또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와 우리 기업 스마트폰이 만나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데 이런 글로벌 차원의 기술 융합이 창조경제의 중요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민승기 뉴욕한인회장이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중도 사퇴를 놓고 “고국 정치권 정서에 넘지 못할 벽이 있음을 확인시켜줬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지금 동포 여러분께서 고국에 기여하려고 마음먹어도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동포 경제인과 국내 중소기업인이 상생하는 모델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갖고 힘써보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동포들의 삶의 어려움을 해결해 드리는 데 현장중심 맞춤형 지원정책으로 바꿔가겠다. 외교부에 재외공관 영사 서비스 혁신을 지시했다”고 말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북한발(發) 안보 위기를 걱정하는 동포들의 마음을 염두에 둔 듯 “여러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안보와 경제에 대한 믿음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언제나 아름다운 조국을 기억해주시고 성원해주시길 바란다”는 말로 연설을 끝냈고, 동포들은 다시 기립박수를 보냈다.

간담회에는 김태섭 뉴욕주 하원의원, ABC방송 간판 앵커인 주주 장(한국명 장현주), 아시아 여성 최초로 미국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가 된 석지영 교수 등 450여명의 동포들이 참석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씨의 축하공연도 펼쳐졌다. 앞서 박 대통령은 뉴욕행 전용기 내에서 공식 수행원들과 회의를 열고 “방미에 수행한 중견·중소기업들의 비즈니스가 다들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면담=박 대통령은 6일 오전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반 총장을 만나 한반도 문제 등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유엔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 성장한 만큼 행복한 지구촌 건설을 위해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확대하겠다.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세계평화 증진에도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지지를 표명하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가능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뉴욕=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