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규직化? “허탈합니다”… 무기계약직 임금, 정규직 격차 여전

입력 2013-05-06 18:18 수정 2013-05-06 22:25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다 최근 무기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뀐 김미서(가명·29·여)씨는 전환 이후 첫 월급을 받고 나서 몰려든 허탈감에 몸살을 앓았다. 명세서에 찍힌 월급이 대폭 오르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인상분으로는 장 한 번 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정년까지 잘리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아보려 했지만 언제든 해고가 가능한 규정의 존재를 알고는 배신감까지 들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6일 발간한 노동리뷰 5월호는 “상시·지속적 업무 종사자의 무기계약 전환을 골자로 하는 현행 정책은 ‘무늬만 정규직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임금이나 근로조건은 거의 그대로 둔 채 고용의 안정성도 실질적으로 담보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중앙부처를 포함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마치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처럼 선전했지만 일선 무기계약직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고용노동부 자료를 바탕으로 2011년 공공부문의 무기계약직 임금 실태를 분석했다.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127만430원으로 비정규직(126만9030원)보다 1400원 많았다. 반면 정규직은 211만4310원으로 현격한 차이를 나타냈다.

정부는 비정규직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 기간 만료에 따른 계약 해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돼 고용안정 효과를 누리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안전행정부 등은 훈령에 업무량 변화, 예산 감축 등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때나 근무성적 평가 결과 2회 이상 최하위 등급을 받은 때에는 해고가 가능하도록 정했다. 노동계는 이 조항이 무기계약직의 상시적 해고를 가능케 하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직급이 오르지 않는 무기계약직에게 근무성적 평가는 징계와 해고를 위한 도구로 쓰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노동연구원 장홍근 연구위원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총액임금제를 비롯한 인사관리 관련 법제도의 포괄적인 개선과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