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 악화 불구 대기업 총수 일가는 ‘배당잔치’

입력 2013-05-06 18:13 수정 2013-05-06 22:48


경기둔화로 기업 실적이 악화일로에 놓였는데도 대기업 총수 일가는 여전히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배당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각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동생인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은 지난해 120억원을 비롯해 4년간 배당금으로 390억원을 받았다. 허 회장은 GS네오텍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의 5촌인 허서홍씨 등 GS그룹 4세와 친·인척도 삼양인터내셔날 등 비상장사 4곳에서 배당으로만 58억원을 벌었다.

해운·항공화물 운송업체 범한판토스의 1·2대 주주인 조원희 회장과 구본호(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조카)씨가 받은 배당금도 97억원에 달했다. 범한판토스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LG그룹에 의존하고 있다. 중견 건설업체 부영은 이중근 회장과 아들 이성훈씨 등에게 78억원을 배당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아이콘트롤스, 아이서비스, 아이앤콘스 등 비상장사 3곳에서 14억원을 배당받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씨가 고문으로 있는 이노션은 정씨에게 29억원을 배당했다. 정 회장의 사돈인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삼표로부터 37억원을 배당받았다. 역시 정몽구 회장과 사돈 관계인 신용인 삼우 대표도 19억50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삼성그룹 비상장 계열사인 삼성SDS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15억9000만원을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 비상장사인 한국후지필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외 3명에게 23억원을 배당했다.

총수가 있는 33대 기업집단 소속 비상장사 1100여개 중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이 398곳(36.2%)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총수 일가가 챙긴 배당금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이기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은 “일감 몰아주기는 물론 금산분리, 지주회사제 강화, 출자총액제한, 순환출자 금지 등 건전한 경제질서를 위한 직간접적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