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의승 (17) 우양재단, 탈북청년들 ‘3苦’ 해결에 올인하다
입력 2013-05-06 17:17
통일축구대회 이외에도 ‘라운드 테이블 토크(RTT·Round Table Talk)’라는 이름으로 탈북 청년 대표자들을 초청, 대화하는 모임도 갖고 있다. 남한에 내려온 탈북 청년들은 처음 1, 2년 동안은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한참 시간이 지나야 심리적인 측면에서 북한 체제의 공포로부터 해방되는 듯하다.
RTT를 하다보면 탈북 청년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줘야 할지 알게 된다. 탈북 청년들은 주로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 먼저 컴퓨터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가 영어 습득이다. 세 번째는 결혼 문제다. 남한에선 결혼 비용이 너무나 높게 든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우양재단에서는 통일원 및 대형 컴퓨터 회사와 접촉, 컴퓨터 문제를 해결해 줬다. 또한 재단은 2010년 12월 파고다어학원과 탈북 청년들의 어학교육 지원을 위한 MOU를 체결해서 탈북 청년들이 원활하게 영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지난 2년여 동안 약 1500명의 탈북청년들이 도움을 받았다. 탈북 청년들은 학습 의지가 강해 조금 교육을 받으면 영어도 곧잘 하게 된다. 재단은 ‘탈북청년 영어 말하기 대회’ 등도 열어서 영어 습득 동기를 유발해 주기도 했다. 참으로 보람 있는 일이다. 파고다어학원의 박경실 대표도 “이런 일이야말로 교육자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의미 있는 사업”이라면서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나는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로마서 12장 15절 말씀을 늘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홀로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의 성공은 이 땅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을 둘러보면 ‘우는 자들’이 너무나 많다. 도시의 화려함 속에서도 어둠의 그늘이 없는 곳이 없다. 나는 늘 그 어둠 속 그늘을 생각해 보았다. 그늘을 만드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그 그늘을 제거해 주고 싶었다. 신자라면 주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 어디 있는지를 깊이 숙고해야 한다. 그 주님의 마음이 있는 곳을 찾아 가야 한다. 나는 이 시대에 주님의 마음은 늘 소외된 자들에게 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경을 묵상하면서 난 우리 주 하나님의 마음은 언제나 잃어버린 영혼. 빈들에서 서성거리는 초라한 사람들에게 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나도 그 주님의 마음을 따르기로 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기로 했다. 비록 부족하지만 나의 재능과 재산, 명예 등 지닌 모든 것을 갖고 주님의 마음을 좇기로 했다. 그 마음을 좇을 때에 마음의 평강이 온다.
우양재단은 그동안 농어촌교회 지원, 시설 및 탈북 청년 후원, 장학사업, 독거노인 지원 등 다양한 돌봄 사역을 펼쳤다. 그 모든 사업들의 밑바닥에는 하나님의 사랑이 있다. 비록 나에겐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게 남았지만 후회함이 없다.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거했고 그 사랑을 만분의 일이라도 갚기 위해서 살아온 지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성경 요엘서 2장 28절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그 후에 내가 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 주리니 너희 자녀들이 장래 일을 말할 것이며 너희 늙은이는 꿈을 꾸며 너희 젊은이는 이상을 볼 것이다.” 나는 지금도 꿈꾼다. 하나님의 영이 사랑하는 조국 땅에 넘치게 흘러 남북한 청년들이 함께 이상을 볼 수 있기를. 수많은 사람들이 손에 손잡고 나눔의 대열에 합세, 이 땅에 사랑의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날이 오기를. 큰 교회와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부둥켜안고 모든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만방에 알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 꿈이 나를 오늘도 달리게 한다.
정리=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