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96 아베… 96조 개헌 겨냥?
입력 2013-05-05 19:09 수정 2013-05-05 23:07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5일 도쿄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구식에 96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등장해 개헌발의 요건을 정한 헌법 96조 개정을 국민에게 어필하려 한 게 아니냐는 억측을 낳았다.
아베 총리는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전성기를 이끈 두 명의 타자인 나가시마 시게오(長嶋茂雄·77) 구단 종신명예감독과 마쓰이 히데키(松井秀喜·38)에게 ‘국민영예상’ 표창장 등을 수여했다. 곧이어 등번호 96이 달린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요미우리-히로시마전 시구식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마쓰이가 투수로, 나가시마 감독이 타자로 나선 시구에서 심판을 봤다.
그는 시구식 후 기자들이 등번호 96이 아베 정권의 개헌 1차 목표인 헌법 96조 개정과 관련 있는 것이냐고 묻자 “내가 96대 일본 총리니까 96”이라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를 놓고 헌법 96조의 96이 아니냐는 괜한 억측을 불러일으킬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비판이 집권 여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통상 총리 관저에서 이루어져온 일본 정부 국민영예상 수여식을 이례적으로 도쿄돔에서 개최하고, 총리가 야구 유니폼을 입고 시구식에까지 등장한 데 대해서도 국민영예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아베 총리의 ‘퍼포먼스’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편 국제사회와 자국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치권에선 이미 평화헌법 개정을 둘러싼 논의가 상당부분 진척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요미우리 신문 보도에 따르면 중의원 헌법심사회는 일본 헌법 전체 11장에 대해 각 장마다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오는 9일 헌법개정 요건을 정한 헌법 96조에 대해 각 당이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라고 5일 보도했다.
지난 3월 7개월 만에 재개된 헌법심사회는 자민당의 헌법개정 초안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개정사항들과 논점에 대한 각각의 당론을 수렴해 왔다. 현재 헌법 8장까지 논의를 마친 상태로 이달 안에 헌법 전체에 대한 논의가 끝나면 개헌을 위한 국회 차원의 정지작업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