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이스라엘·헤즈볼라 대리戰 양상

입력 2013-05-05 19:10 수정 2013-05-05 23:08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으로 향하던 시리아 군용차량을 공습한 지 이틀 만인 5일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군사 시설을 폭격했다. 이스라엘의 시리아군 공습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세 차례 공습 모두 시리아군을 겨냥했지만 이스라엘군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고 있다. 이번 공습 지점이 이란산 무기 저장고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리아 내전이 ‘헤즈볼라-이란-시리아 정부군’으로 이어지는 이슬람 시아파 동맹으로 확전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이날 이른 새벽 이스라엘군이 미사일을 발사해 다마스쿠스 인근 자므라야에 있는 군사 시설이 수차례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자므라야 지역은 레바논 국경과 불과 15㎞ 거리다. 사상자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2년 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후 헤즈볼라의 전력 증강을 놓고 귀추를 주목해 왔다. 미사일과 로켓 6만대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 헤즈볼라가 혼란기를 틈타 시리아 정부군의 무기를 수입한다는 정황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2006년에 34일간 헤즈볼라와 전쟁을 벌이는 등 수차례 레바논 내전에 개입해 왔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과 관련, 논평을 자제했다. 그러나 익명의 이스라엘 관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지난해 시험 발사한 4세대 미사일 파테흐-110를 저장한 장소를 공습했다”며 “이란제 미사일은 시리아를 거쳐 헤즈볼라로 이동 중이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관리를 지낸 미사일 전문가 우지 루빈은 “파테흐-110이 500㎏ 탄두를 탑재할 수 있으며 스커드 미사일보다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수니파로 주로 구성된 시리아 반군이 승리해 40년간 잠잠했던 국경 지역이 격화될 것도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모두 위협 요소다.

이스라엘은 이날 시리아 폭격 이후 국경지역에 중거리 로켓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 돔’을 배치했다.

이란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이란 국방부는 이날 “미국의 허락 하에 이뤄진 이스라엘군의 시리아 공격은 돈을 목적으로 한 두 테러 집단간의 관계를 보여 준다”고 비난했다. 이란은 시리아 정권이 지원을 원할 경우 시리아군을 훈련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동맹관계인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거점을 둔 무장정파 헤즈볼라로부터 자국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지난 4일 말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레드라인(금지선)’이라고 경고한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지상군 투입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지난달 말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레바논 미셸 술레이만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레바논은 정부군과 헤즈볼라 군대 등 이원화된 군사 체계를 갖추고 있다. 약한 정부가 헤즈볼라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