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중국식 길 건너기
입력 2013-05-05 19:09
‘중국식 길 건너기’가 요즘 뜨거운 논란거리다. 오죽했으면 이런 말이 생겼을까. 검색 사이트 바이두(百度)에서 중국식 길 건너기를 뜻하는 ‘중궈스궈마루(中國式過馬路)’를 치면 관련 뉴스가 수없이 뜬다.
중국에서 길을 가다보면 어리둥절한 상황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반마셴(斑馬線·얼룩말선)’이라 부르는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불을 기다리다 보면 혼자 고지식한 사람이 되기 일쑤다. 무단횡단 대열에 합류하는 걸 우스개로 ‘현지화’라고 부르는 게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정도는 약과다. 분명 초록불을 보고 횡단보도를 지나는데 갑자기 차가 옆을 스쳐지나갈 때는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건 없건 수시로 우회전 좌회전하는 차들 때문이다. 당연히 있어야 할 곳에 횡단보도가 보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집 근처에 있는 공원 입구도 그런 장소 중 하나다. 사람들은 왕복 6차선인 도로를 중앙선을 가로질러 다닌다.
하지만 주민들 중 누구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더욱이 무단횡단하는 행인을 단속하는 경찰 또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차에 치이지 않고 알아서 건너다니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중국식 길 건너기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왜 지금 쟁점이 됐을까. 당국이 최근 ‘문명 보행’을 내세우며 악습을 뜯어고치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기 때문이다.
베이징 공안국은 지난달 초 신호등을 지키지 않거나 횡단보도가 아닌 곳으로 길을 건너는 사람에게는 벌금 10위안(약 1800원)을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오토바이나 자전거, 삼륜차의 경우 교통신호를 어기거나 인도로 다니면 20위안을 내도록 했다.
각 지방에서도 무단횡단하는 사람에게는 운전면허를 딸 때나 은행 대출을 받을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 다양한 제재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자 무단횡단은 시민 의식 부족 때문이라는 비판과 교통관리 미비가 문제라는 주장이 맞서 논쟁이 벌어졌다. 베이징시는 결국 한 달 동안 계도기간을 거쳐 6일부터 벌금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베이징시가 최근 시민 9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90% 이상은 교통 시스템 보완이 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