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갈등 고조

입력 2013-05-05 19:07


5·18민주화운동 정부 기념식에서 ‘5·18’을 상징하는 특정 민중가요를 제창할지를 놓고 각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표 참조)

5·18유족회 등 5월 단체와 5·18기념재단은 5일 “국가보훈처가 5·18 33주년 기념식순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포함시키지 않으면 행사 참석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기념식은 오는 18일 광주 운정동 국립5·18묘지에서 정부 주관으로 열린다.

이들 단체는 1980년대부터 전통적으로 불려온 이 곡을 5·18기념식 공식 노래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노래 제창이 공식 식순에서 빠질 경우 기념식 당일 침묵시위와 함께 기념식을 주관한 국가보훈처장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광주진보연대와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성명을 내고 “옛 전남도청이 5·18의 유형문화재라면 ‘임을 위한 행진곡’은 무형문화재”라고 가세했다.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 19명은 “다른 공식 노래를 제정하는 것은 세금 낭비이자 5·18 의미를 퇴색시키려는 의도”라며 박근혜 정부가 올해 기념식에서 시민들과 함께 이 노래를 부를 것을 촉구했다.

앞서 민주당 강기정 의원 등 야당의원 56명은 지난 3일 이 곡을 5·18 33주년 기념식순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회는 5·18민주화운동 정신이 깃든 이 노래를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강운태 광주시장도 2일 정례조회에서 “5·18 기념식의 모든 참석자가 함께 부를 수 있도록 식순에 넣어서 제창해야 된다. 보훈처가 그렇게 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국가보훈처는 공식 식순에서 빼 참석자들의 육성 제창이 아닌 공연단 합창으로 대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2일 광주를 방문해 “다른 정부 행사에는 공식 노래가 있는데 5·18에는 아직 없다”며 “기념식 분위기에 맞는 별도 공식 노래를 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소설가 황석영씨가 백기완씨의 시 ‘묏비나리’를 개작해 가사를 만들고 김종률씨가 곡을 붙였다.

그동안 대학가 등에서 주로 불린 이 노래는 노무현 정부 시절 5·18 기념식에서도 해마다 제창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공식 식순에서 제외되거나 공연단 합창으로 변경돼 5월 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