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액션 플랜, 첫발부터 삐걱
입력 2013-05-05 18:50
박근혜정부가 지난달까지 실행하겠다고 공언한 ‘100일 액션 플랜’ 중 기한을 지킨 것은 4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를 잡아놨다는 일선 정부부처의 불평이 나올 만큼 의욕만 앞섰고 국회 등 정치권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가 5일 각 부처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 3월 28일 정부합동으로 발표한 100일 액션 플랜 가운데 지난달 추진 과제 20개 중 완료된 것은 고용노동부의 사회보험료 지원사업 확대 등 8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까지 정부는 박 대통령 집권 5년 동안 나라살림의 방향을 좌우할 큰 그림을 완성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국회의 협조를 얻지 못했다. 대표적인 과제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이지만 예산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공약 가계부로 불리는 ‘국민행복 약속 실현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도 추경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정된 해외 출장도 미뤄가면서 추경 예산 국회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추경 예산 편성으로 악화될 재정건전성을 만회하기 위한 연도별·분야별 세출구조조정방안 마련도 늦어지고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추경이 늦어지는 바람에 관련 회의가 모두 연기됐다. 추경이 확정돼야 추진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일부 정책은 부처 내부에서조차 혼선을 빚을 정도로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지난달 중으로 공공기관 채용 계획을 늘리고 채용 여력 확대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주무부처인 기재부 관계자는 “이 내용은 지난달 액션플랜에 들어갈 것이 아닌데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며 “하반기에야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중소벤처 창업과 기술거래 활성화 대책도 혼선을 빚기는 마찬가지다. 100일 플랜에 따르면 ICT 창업활성화 펀드 조성방안과 기술거래 활성화 방안은 지난달에 나왔어야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아직까지 내놓은 게 없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난달 중에 창업활성화 펀드를 만들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면서 “창조경제 핵심사항이어서 부처들과 신중하게 논의하고 있다”고만 해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술거래 활성화방안은 자료수집 단계에 그치고 있어 9월쯤에나 전략보고서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발표된 대책들도 약속된 시한을 넘겼거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누더기가 된 뒤 겨우 통과됐다. 수출중소기업 지원방안과 수출활성화 방안은 마감시한을 넘긴 지난 2일에야 발표됐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근혜정부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한 측면과 함께 여소야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당과 정부가 정책과제를 힘 있게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정수 기자, 세종=백상진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