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힙합계 거물 스눕독 첫 내한 공연… 투애니원과 열정의 무대 “한국 추억 못 잊어”

입력 2013-05-05 18:42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은 밤 9시쯤 그가 무대에 등장했다. 객석에선 천둥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주인공은 바로 미국 힙합 음악의 거물 스눕독(Snoop Dogg·42). 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팍축구장에서 열린 스눕독의 첫 내한 콘서트는 그의 명성에 걸맞은 명불허전의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장 일대는 콘서트가 열리기 훨씬 전부터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국내 음악팬들로 북적였다. 공연이 시작된 건 오후 7시쯤. 국내 정상급 DJ들로 구성된 데드엔드 무브먼트(DDND MVMT)가 분위기를 띄웠고, 걸그룹 투애니원도 등장해 무대를 달궜다.

스눕독이 등장한 뒤부터 공연장은 거대한 클럽으로 변했다. ‘후 앰 아이(Who am I)’ ‘센슈얼 시덕션(Sensual Seduction)’ 등 히트곡이 이어졌다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로 화답했다. 스눕독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이 아닌 엉거주춤한 댄스를 선보여 갈채를 받기도 했다.

콘서트 분위기는 스눕독과 투애니원이 함께 꾸민 ‘드랍 잇 라이크 잇츠 핫(Drop it like it’s hot)’에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공연 말미에 스눕독은 “한국에서 공연할 수 있어 좋았고 가슴 가득 추억을 담아간다. 내가 스눕독이란 걸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스눕독은 1993년 데뷔 앨범 ‘도기 스타일(Doggy Style)’로 미국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하면서 힙합계 스타로 떠올랐다. 그간 1억7000만장에 달하는 음반을 판매했으며, 미국 힙합을 대표하는 래퍼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엔 활동명을 ‘스눕 라이언(Snoop Lion)’으로 바꾸고 레게 음악에 도전, 지난달 22일 레게 앨범 ‘리인카네이티드(Reincarnated)’를 발표해 화제가 됐다.

스눕독은 공연에 앞서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힙합을 완전히 그만두고 레게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며 “레게든 힙합이든 영혼을 담고 팬에게 공감 줄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고자 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