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 주장하다… 법정서 펑펑 운 여간첩
입력 2013-05-05 18:35 수정 2013-05-05 22:53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잠입했다가 적발된 ‘여간첩’ 이경애(47)씨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도중 정신분열증 감정을 받기 위해 지난 3일 공주치료감호소로 보내졌다. “이씨가 정신병을 앓고 있어 간첩 행위가 애초에 불가능했다”며 변호인이 낸 정신감정 신청을 재판부가 수용했다. 검찰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었지만 서울고법 형사7부는 “대한민국이 북한과 격이 다른 사회임을 간첩 혐의자에게 보여줄 기회”라면서 이를 받아들였다.
이씨는 공주치료감호소에서 5월 한 달간 정신감정을 받을 예정이다. 감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은 잠정 중단된다. 이 결정은 지난달 12일 심리에서 내려졌다. 당시 변호인은 “이씨가 오래 전부터 정신분열증을 앓아 왔다. 북한이 이런 사람을 공작원으로 쓸 리가 없다”고 주장하며 이씨가 중국에 머물 때 동거했던 남성이 찍은 동영상 등을 제출했다. 이씨가 밤에 자다가 발작 증상을 보이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간청했고, 검찰은 “‘밀봉교육’을 받은 간첩의 치밀한 술수”라고 반발했다. 앞서 한 차례 정신감정 신청을 기각했던 재판부는 고심 끝에 변호인의 요청을 수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하고 싶은 말을 다 들어주고, 할 수 있는 기회를 다 주려 한다. 대한민국과 피고인이 지내던 곳이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보여줄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말에 이씨는 법정에서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씨는 2011년 12월 탈북자로 행세하며 국내에 들어왔지만,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받다 신분 위장 사실이 들통났다. 검찰은 이씨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지령을 받고 2001년부터 중국에서 57만 달러 이상의 위조지폐를 유통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자신이 김일성대 정치경제학과 준박사(석사) 과정을 수료했고, 아이큐 163의 수재라는 진술도 했다.
이씨는 신문센터 조사 중 안면과 팔다리 마비 증세 등을 호소하며 10여 차례 외부 병원으로 나가 뇌 컴퓨터단층촬영(CT), 혈관자기공명촬영(MRA) 등 정밀 검사를 받았다. 검진의는 ‘특이소견 없음’ ‘꾀병 가능성 보임’ 등의 의견을 냈다. 이씨는 구치소에서 자살 소동도 벌였으며, 1심 재판에서는 자백과 부인을 수차례 반복했다. 국가정보원장 앞으로 편지를 보내 “변호사가 국가보안법 해지·철폐를 말하고 보위부 문제가 모두 거짓이라고 해야 한다고 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