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금고속 쌓아둔 현금 푼다

입력 2013-05-05 18:26


“정부가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대기업의 투자가 계획보다 늘어나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설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과도한 경제민주화 분위기 때문에 이익이 나도 투자를 하지 않던 기업들이 정부의 투자 독려와 규제 완화에 맞춰 현금을 푸는 것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11년 말 기준 매출액 상위 600개 기업(금융업 제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시설과 연구개발(R&D)에 총 129조70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보다 13.9%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말 10대 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124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10대 그룹의 유보율(잉여금/자본금)도 1442%로 재무 상태가 해마다 좋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돈은 많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투자를 꺼렸던 만큼 분위기만 조성되면 투자는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 중 71.6%는 현금성 유보자산 등 ‘내부자금’(71.6%)으로 투자 금액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14개 정부 부처와 경제 5단체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수도권 규제, 입지 규제, 환경 규제를 재검토하기로 함에 따라 투자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올해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은 158곳이었다. 축소하겠다는 기업(115개)보다 약 1.4배 많았다.

기업들의 올해 시설투자는 106조6000억원, R&D투자는 23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6.3%, 3.6%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600대 기업의 지난해 투자 실적은 11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9% 늘었다. 당초 전경련은 기업들이 전년보다 12.1% 증가한 140조8000억원을 투자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이에 미치지 못했다. 투자액의 64.2%를 차지한 제조업은 총선과 대선 등 국내 정치 변수와 세계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비제조업은 7.2% 늘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600대 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웠던 2009년을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매년 투자를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올해도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