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소로스 ‘日 비판’ 힘 받았나
입력 2013-05-05 18:20 수정 2013-05-05 23:10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의 잇따른 금리 인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강하게 버티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경제가 회복기조에 들어섰다는 스스로의 판단과 경기부양 정책에 휘둘리는 주요국 중앙은행에 대한 경계심이 우선이다. 여기에 ‘헤지펀드의 대부’인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이 일본을 비판하는 등 아베노믹스의 어두운 그림자가 세계 시장에 부각되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를 마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1~3월 ‘정책조합’에 대해 강하게 말한 것은 새 정부에 ‘이제 네가 나설 차례’라고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이 지난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춘 만큼 앞으로는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총재는 “지난해 내린 0.5% 포인트도 굉장히 큰 것”이라며 “한국이 기축통화를 쓰는 미국, 일본도 아닌데 어디까지 가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소로스 회장이 최근 언론을 통해 아베노믹스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일본의 엔저 공세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이 같은 김 총재의 소신에 힘이 됐다는 관측이다.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엔화를 공매도해 4개월 만에 12억 달러를 벌어들인 소로스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와 일본은행이 요즘 하는 일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환율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앞서 1992년 영국, 97년 태국에서는 소로스가 큰 돈을 번 뒤에 금융위기가 찾아온 바 있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일본의 지속적인 엔저 공세를 미국이 과연 지켜만 볼지는 의문”이라며 “미국의 출구전략이 시작되면 일본 경제가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시 기준금리가 동결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5%로 인하해 금리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