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신용카드 ‘그들만의 무한혜택’ 끝
입력 2013-05-05 18:20 수정 2013-05-05 23:13
연회비 100만원이 넘는 ‘귀족 신용카드’의 잔치가 끝났다. 그동안 카드사는 일반 고객으로부터 벌어들인 돈으로 초우량고객(VVIP)에게 각종 혜택을 퍼준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금융당국이 VVIP에 대한 지나친 혜택을 문제 삼으며 역마진 실태조사에 들어가자 카드사들은 서둘러 VVIP 혜택 축소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5일 “각 카드사가 VVIP 카드 혜택을 대폭 축소하기로 하고 약관변경 신고를 마쳤다”고 밝혔다.
신한·삼성·하나SK카드는 지난달 금감원에 VVIP 카드 부가서비스를 대폭 줄이겠다고 신고했다. 따라서 약관변경 사전 고지기간 6개월을 감안하면 연말부터는 부가혜택이 대폭 줄어든 서비스가 적용될 전망이다.
신한카드는 ‘더프리미어’ 카드의 마일리지 적립률을 기존 1500원당 2마일에서 1마일로, 포인트 적립률을 1%에서 0.5%로 줄였다. 삼성카드의 ‘라움(RAUME)’ 카드는 호텔 이용권 등 각종 바우처를 전년 사용실적이 1500만원을 넘을 때만 주기로 했다. 하나SK카드도 ‘클럽1’ 카드의 동반자 무료 항공권 서비스를 전년 실적 5000만원 이상일 때만 제공키로 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1월부터 VVIP 카드인 ‘태제(TEZE)’ 카드의 혜택을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VVIP 카드는 현대카드가 2005년 1월 카드사 중 최초로 연회비 100만원의 ‘블랙’ 카드를 내놓으면서 등장했다. 블랙카드는 9999명의 소수 고객에게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돈이 많더라도 현대카드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가입하지 못할 정도로 회원관리도 철저히 했다.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는 연회비(100만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부유층 사이에서 블랙카드의 인기가 폭발하자 다른 카드사도 경쟁적으로 VVIP 카드를 내놨다. KB국민카드는 2007년 연회비 100만원의 ‘태제’ 카드, 삼성카드는 2009년 연회비 200만원의 ‘라움’ 카드를 출시했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도 연회비 100만원의 ‘더프리미어’ 카드로 맞섰다.
카드사는 VVIP 카드가 유명인사와 고소득자를 끌어들여 카드사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판단했다. VVIP를 모시기 위해 엄청난 부가서비스를 제공했다. 비즈니스클래스 항공권을 퍼스트클래스로 업그레이드 해주는가 하면 각종 호텔 할인, 명품 브랜드 상품권 등 막대한 혜택을 안겼다.
이 때문에 카드사는 엄청난 손실을 떠안았다. 지난해 감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 카드사는 VVIP 카드로 2011년 28억원의 이득을 봤지만 부가서비스 비용으로 41억원을 썼다. 손해를 본 돈은 일반 카드 회원으로부터 걷은 수익으로 충당하는 식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회비를 낸 만큼만 혜택을 주도록 지도하고 있다”며 “현대카드와 롯데카드에도 VVIP 카드로 수익성 유지가 가능한지 여부를 점검해 부가혜택을 줄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