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한 친노, 일단 잠행… 전환점은 10월 재보선

입력 2013-05-05 18:46

민주당 5·4 전당대회를 통해 당내 최대 세력 친노(親盧·친노무현)계 퇴조가 뚜렷해졌다. 지난달 당 대표 선거 컷오프 때 예상을 뒤집고 신계륜 의원이 탈락한 데 이어 최고위원 후보 중 유일한 친노 주자였던 윤호중 의원은 ‘꼴찌’ 굴욕을 당했다. 이를 놓고 친노 몰락의 신호탄이란 분석이 나오는가하면 10월 재·보궐선거나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역할론이 나올 거라는 반론도 있다.

일단 친노 측은 비주류로 향한 당심(黨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친노 의원은 5일 “예상한 결과고 당원들의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며 “‘친노가 누굴 밀고 있다’란 추측성 루머가 쏟아졌지만 이미 대선 패배 후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는 데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김한길 대표 체제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노 그룹이 잠행을 하면서도 늦지 않은 시점에 재기를 도모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1차 터닝 포인트는 10월 재보선이다. 김 대표 체제가 좋지 못한 결과를 낼 경우 당이 격랑에 휩싸일 테고, 이때 친노 부활론이 전면에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세력 면에선 당내 제1계파임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명분만 있다면 결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 재선 의원은 “김 대표는 10월까지 쇄신과 화합이란 모순된 명제를 풀어가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기대만큼 결과를 내지 못하면 당의 기둥과도 같은 친노는 언제든 뭉치게 돼 있다”고 했다.

또 문재인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같은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 친노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친노의 정치방식이 패쇄·패권적이어서 비판을 받지만 진보·개혁·참여·개방 등의 가치지향성이 장점이고, 무엇보다 인물론으로 볼 때 현재로선 가장 강하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대선이 다가올수록 세가 옮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친노 인물 중심의 세력 재편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대로 친노가 ‘왜소화’돼 기사회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친노의 미래가 어둡기 때문에 이런 전대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친노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몸부림치겠지만 문성근 전 대표권한대행의 탈당 선언에서 보듯 갈수록 위축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대선 경선 때에도 이미 당원들은 친노를 대표하는 문재인 의원이 아닌 손학규 상임고문을 선택했었다. 그만큼 밑바닥 당심이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