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 리스트 만들고 배송 추적하고… 방송사들, 가짜 경품왕 색출 팔걷었다
입력 2013-05-05 18:00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에 거짓 사연을 보내 8000만원대 상품을 챙긴 남성이 적발되면서 방송사마다 비상이 걸렸다. 가짜 ‘경품왕’을 색출하기 위해 방송사 내부에선 치열한 ‘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방송작가들은 프로그램 온라인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면 사연을 읽기 전에 작성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부터 확인한다. 방송사마다 자체적으로 마련한 ‘명단’과 대조하는 것이다. 작가들 사이에선 ‘꾼 리스트’라고 불린다. 이름을 바꿔 응모했던 사람, 경품을 너무 자주 타간 사람 등이 수록된 명단과 대조하며 혹시 ‘꾼’의 사연이 아닌지 살핀다.
다른 이름으로 같은 전화번호를 사용했거나 다른 전화번호에 같은 주소를 사용한 경우도 색출 대상이다.
꾼 리스트로 1차 검색을 마치면 2단계로 넘어간다. 이때부터 재미있고 괜찮은 사연을 가려낸다. 하지만 사연이 좋아도 한 사람이 너무 자주 방송을 타게 될 경우 과감히 배제한다. 방송작가 권모씨는 “방송사 자체 꾼 리스트가 있는데 일단 이 명단에 올라가면 그 사람의 사연은 믿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작가 여모씨도 “사연을 고를 때 가급적 보낸 이와 직접 통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며 “과거 상품 지급 명단과 대조해 최대한 처음 참여하는 사람 중심으로 소개한다”고 말했다.
사연 당첨자 중에 ‘진상’인 경우도 많다. 선물을 받은 뒤 바꿔달라고 떼를 쓰는가 하면 예전에 비슷한 선물을 받았다며 다른 선물을 요구하기도 한다. 아예 처음부터 ‘이런 선물을 달라’고 대놓고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방송작가 박모씨는 “선물을 보냈는데 못 받았다고 우기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상품을 등기로 보내고 배달 과정을 추적한다”고 설명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배송 및 통화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연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이런 ‘잣대’가 무력해지는 경우도 있다. 한 작가는 “진솔한 사연이 방송에 소개되면 청취자 반응이 정말 뜨겁다. 그런 반응이 예상될 땐 중복 당첨자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신상목 박세환 박은애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