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歌王, 아이돌 무대까지 점령하다

입력 2013-05-05 18:00

가수 조용필(63)이 아이돌이 쥐락펴락하던 지상파 TV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휩쓸고 있다. 예순을 훌쩍 넘긴 가수가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정상을 차지한 일은 그간 거의 없었던 일이다. 조용필은 요즘 ‘가왕(歌王)’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가요계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조용필이 10년 만에 발표한 정규 19집 ‘헬로(Hello)’ 수록곡 ‘바운스(Bounce)’는 4일 생방송으로 방영된 ‘쇼! 음악중심’(MBC)에서 싸이의 ‘젠틀맨’, 로이킴의 ‘봄봄봄’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조용필은 미리 녹화된 영상을 통해 “데뷔 때 ‘창밖의 여자’가 히트한 후 1년이 지나도록 믿기지가 않았는데, 지금도 그렇다”며 “오늘밤은 잠을 못 잘 것 같다”고 말했다.

‘바운스’는 앞서 3일 ‘뮤직뱅크’(KBS2)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5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SBS)에서는 싸이의 ‘젠틀맨’과 함께 1위 후보에 올랐으나 정상 등극엔 아쉽게 실패했다. ‘SBS 인기가요’에서는 ‘바운스’ 외에 음반 타이틀곡인 ‘헬로’도 1위 후보에 랭크됐다. ‘헬로’는 지난 1일 케이블채널 MBC뮤직 순위 프로그램 ‘쇼 챔피언’에서 1위에 해당하는 ‘챔피언 송’을 차지하기도 했다.

‘국민 가수’로 통한 조용필이지만, 그가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일은 지난 23년 간 한 번도 없었다. 조용필은 1990년 ‘쇼네트워크’(MBC)에서 ‘추억속의 재회’로 정상을 밟은 뒤 TV보다는 공연장으로 활동 무대를 옮겨 콘서트에 주력해왔다. 그는 이번 앨범을 내고도 쇼케이스 외에는 신곡 프로모션을 위한 방송 활동을 일절 안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용필이 순위 프로그램에서도 이처럼 선전하는 이유로 그의 음악을 꼽는다.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그의 신보는 지난달 23일 발매와 동시에 젊은층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음반엔 록에 기반을 두면서도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팝, 일렉트로닉 같은 장르가 혼재돼 있다. 이민희 대중음악평론가는 “많은 사람들이 아이돌 음악에 지쳐있던 상황에서 새로운 음악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점을 조용필이 증명해냈다”고 말했다.

‘조용필 신드롬’은 순위 프로그램 외에도 가요계 안팎에서 계속되고 있다. 소속사인 YPC프로덕션은 “광고 출연과 대학 축제 섭외, 기업체의 특강 요청 등이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19집 음반은 10만장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