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권이종 파독근로자기념관장 “파독 근로자, 국가유공자 예우 받았으면”

입력 2013-05-05 18:05

“50년 전 독일 광산 막장에 들어가면서부터 그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꼬박 6년 일기를 썼습니다. 그런 기록들을 담은 기념관이 문을 연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다음 달 21일 개관을 앞둔 서울 양재동 파독근로자기념관 권이종(73) 관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파독 근로자를 위한 기념관 건립은 ㈔한국파독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연합회의 상근 부회장인 그가 2008년 연합회 창립 당시부터 준비했던 숙원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전북 장수 출신인 권 관장은 1964년 10월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고졸 광부로 갔다가 현지에서 대학에 진학해 16년 만에 교육학 박사가 됐다. 귀국 후에는 한국교원대 교수와 한국청소년개발원 원장 등을 지냈다.

“제대 후 서울에 올라와서 2년간 공사장에서 막일을 하며 지냈습니다. 피를 팔아서 짜장면을 사 먹을 정도로 가난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기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당시 서독으로 갔죠. 그러다가 교수까지 됐으니 파독근로자 2만1000명 가운데 ‘가장 출세한 놈’이라고도 합니다.”

기념관 전시실에는 20대 초반의 권 관장이 독일에서 남긴 일기 외에도 가족이 보낸 편지, 동료와 찍은 사진, 권 관장이 향수에 젖을 때마다 들었다던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음반도 있다.

기념관 개관은 파독 50주년을 맞은 올해 연합회의 가장 큰 사업이다. 이밖에 파독 근로자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수기집을 출간하는 등의 일을 연내 진행할 예정이다.

권 관장은 “기념관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이 뒤따랐으면 한다”며 “파독 근로자에게 국가유공자 예우를 해줌으로써 명예를 지켜주는 것이 전 세계 회원들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전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