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대기업에 기대지 말고 해외 시장으로 눈 돌려라”
입력 2013-05-05 18:04 수정 2013-05-05 22:50
히든 챔피언 韓·獨 기업이 전하는 中企 성공비결
“대기업 의존도를 줄이고 해외 거래처 확보에 힘을 쏟아라.” “젊은 인재를 육성하라.”
지난 3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독 중소기업 발전 세미나’에선 독일 기업인들이 한국 중소기업의 성공을 위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 세미나는 국내 중소기업의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해 중소기업중앙회와 한독상공회의소 등이 독일 히든챔피언들의 성공 전략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마련했다.
발표에 나선 기업은 백터코리아(자동차부품), 그로츠 배커트(바늘·부품), 쿠카 로보틱스(산업용로봇) 등 독일의 히든챔피언들이다. 한국의 성공적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기업은 절삭공구 제조업체인 와이지원(YG1)이었다.
이들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히든챔피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순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기술과 인재 육성에 힘을 쏟았다.
한독상공회의소 회장인 토마스 가이어 벡터코리아 대표는 “한국 중소기업은 1, 2개의 거래처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대기업이라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이윤 추구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거래처를 다양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안한 것은 해외 시장이었다. 국내 대기업의 비중을 줄이고 해외 기업들을 거래처로 확보할 경우 안전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가이어 대표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차량 내 네트워크 솔루션 분야 세계 1위인 자동차 부품업체 벡터는 현대를 비롯해 아우디, 벤틀리, 랜드로버, 롤스로이스 등 31개의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들과 거래하고 있다. 기술력이 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다.
110년 전통의 글로벌 로봇산업업체 쿠카 로보틱스의 한국지사 전경웅 사장은 국내에서 경쟁력을 갖춘 뒤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사장은 “쿠카도 아우구스부르크라는 시골에서 시작해 숙성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성공한 기업”이라며 “강소기업은 1, 2년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두고 끈기 있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1852년 창립한 바늘·부품업체 그로츠 배커트의 지안파올로 시오르티노 한국지사장도 “장기적 거래 관계를 생각하라”고 권고했다.
단기적 이윤 추구보다는 장기적으로 사업 전략을 짜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미국, 일본, 중국 등 일부 시장에만 집중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오르티노 지사장의 따끔한 지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한국 기업의 수직적인 권력구조에서 유능한 젊은 직원들이 발전하지 못하고 이직하는 경우, 직장 상사들이 자기 부하 직원들을 견제하는 경우를 여러 차례 봤다”면서 “그러다 보니 젊은 직원들이 3년 정도 경력이 쌓이면 이직하더라”고 말했다.
시오르티노 지사장의 말대로 그로츠 배커트는 젊은 기술자들이 성공의 열쇠라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 이날도 시오르티노 지사장은 직원들의 교육 프로그램과 복지 시스템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한국의 히든챔피언인 와이지원도 성공 전략을 공개했다. 와이지원의 성공 키워드는 우수인력 확보와 글로벌 전략을 통한 경쟁력 확보였다.
와이지원 송호근 대표는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독일 등 선진 국가에서 1만배 비율로 볼 수 있는 현미경 등 고급 기기들을 구입했다. 또 독일·캐나다 등 선진국 제조회사와 대학들과 연계해 우수인력 고용에도 힘을 썼다. 눈길을 끄는 것은 우수인력을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다.
송 대표는 “헤드헌터가 좋은 인력을 소개해 주면 누구든 가리지 않았다”면서 “그들에게 맞는 자리를 만들어서라도 고용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와이지원은 절삭공구 시장에서 세계 3위에 올랐다. 특히 이 회사에서 생산한 엔드밀의 경우 국내외에서 모두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을 집중 공략하면서 전체 생산 물량 중 72%를 수출하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