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는 종교다원주의” vs “다원성 인정일 뿐”… 기독교학술원, WCC 신학 찬반 토론회

입력 2013-05-05 17:37


“WCC(세계교회협의회)의 개종전도 금지는 복음을 듣지 못한 수십억 영혼들을 구원하기 위한 개종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동주 선교신학연구소장)

“WCC 신학은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교가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경에 근거한 정체성과 고유성, 특수성을 WCC가 포기한 것이 아니다.”(이형기 장신대 명예교수)

한국교회의 ‘뜨거운 감자’인 WCC 부산총회를 6개월 앞두고 공개 토론의 자리가 마련됐다.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이 지난 3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WCC 영성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개최한 제19회 영성포럼. 부산총회 개최가 결정된 이래 WCC 신학에 대한 찬반 입장이 명확한 교계 신학자들이 참여한 정식 토론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초에도 한 차례 토론회가 추진됐으나 토론자들이 불참해 무산됐다.

이날 토론회 주요 쟁점은 WCC의 ‘개종전도 금지’문제였다. ‘WCC와 개종의 영성’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동주 소장은 “WCC는 ‘개종선교를 하는 교회는 자기 자신을 구원의 중재자와 구원의 중심으로 이해하고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고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이는 타종교에도 구원이 있다는 종교다원주의와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채수일 한신대 총장은 이에 대한 논평에서 “WCC가 개종강요 선교를 반대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WCC가 비기독교인들에게 예수를 구주로 믿고 영접해야 구원을 얻는다는 믿음도 요구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종교다원주의’냐 ‘종교다원성’이냐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역사신학자인 이형기 교수는 “WCC의 공식 문서들은 기독교의 고유하고 특수한 입장에서 타종교들을 본 것일 뿐 모든 종교들을 동질화시킨 게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기독교를 포함하는 종교들의 ‘다원주의’가 아니라 ‘다원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장훈태 백석대(선교학) 교수는 “구약의 선지자들은 종교적 다원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면서 “종교의 다원성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은 복음진리에 대한 확신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WCC 부산총회를 둘러싼 교계 갈등 확산에 대한 우려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호소도 잇따랐다.

WCC 부산총회 준비대회장인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는 “어느 국제기구도, 신학도 하나님 앞에서 완전할 수 없다. WCC도 자체 완성품이 아닌 완성돼 가는 단계에 있다”면서 “애정 어린 비판과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WCC에 대한) 양 극단이 한국교회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면서 “열린 토론, 진정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를 마련한 김영한 원장은 “WCC 부산총회에 대한 무조건 반대와 찬성이 아니라 합리적인 토론을 통한 이해와 접점 가능성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유익한 토론회였다”면서 “총회 개최 전까지 양쪽 진영의 활발한 토론회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