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韓 세계개혁교회연맹 제리 필레이 회장 “세계적 대회 유치 한국, 특유의 역동성 기대”
입력 2013-05-05 17:38 수정 2013-05-05 20:41
‘예장합동 총회 설립 110주년 기념 세계개혁교회대회’ 참석차 방한한 제리 필레이(50) 세계개혁교회연맹(WCRC·World Communion of Reformed Churches) 회장은 5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세계교회는 올해와 내년 세계적 대회를 유치한 한국교회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교회 특유의 역동성을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WCRC는 108개국 230개 개혁교단, 8100만명의 성도가 소속돼 있는 세계적 교회기구다.
“한국교회는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와 2014년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를 유치했습니다. 전 세계에 선교사를 파송한 한국교회의 저력을 봤을 때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한국교회가 다양한 인종과 언어, 문화를 포용할 수 있는 시간이자 세계교회를 위해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봐요.”
필레이 회장은 “WCC 총회를 앞두고 한국교회 내 갈등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진보와 보수 교회가 한자리에 모여 대화하는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면서 “신학적 차이를 드러내는 데 집중하기보다 복음 선포를 위해 이해하고 힘을 모으는데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상대방의 신학적 문제에 너무 몰입하면 갈등이 발생합니다. 물론 신학적 논쟁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문제는 양 진영이 비방하며 싸우는 동안 세상은 고통 가운데 신음하며 방치된다는 사실입니다. 복음은 우리 생각보다 더 큰 사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크리스천이 연합해 세계를 향한 복음의 증인이 돼 달라는 것입니다. 복음은 한 사람의 삶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까지도 변화시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할 예수님의 임재, 하나님의 주권 사상입니다. 복음의 메시지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반드시 연합해야 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장로교회연합 사무총장 출신인 그가 한국교회에 부탁한 것은 사고의 틀을 넓혀 교회 간 대화의 장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다른 입장을 지닌 사람과 대화할 때는 판단하기보다 먼저 용납하고 사랑으로 감쌀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사랑의 정신입니다. 세계선교에 강점을 지닌 한국교회가 WCC, WEA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선 지엽적 차이를 찾아내 비방하기보다 관용·섬김의 신학으로 폭넓게 사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는 10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WCC 총회에 참석할 예정인 필레이 회장은 “WCRC 안에도 여성안수를 반대하는 보수교단부터 자유적인 교단까지 신학적 차이가 크다”며 “WCRC의 존재 목적은 보수든, 진보든 개혁교회 입장에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주는 데 있으며, WCC도 전 세계 교회를 위해 만들어진 비슷한 개념의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WCRC는 2010년 옛 세계개혁교회연맹(WARC)과 개혁에큐메니컬협의회(REC)가 통합한 조직으로 한국에선 예장 통합과 기장, 백석, 대신 등이 관계를 맺고 있다. 현재 스위스 제네바의 WCC 본부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