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크루즈 패밀리’ 크리스 샌더스 & 커크 드 미코 감독 내한

입력 2013-05-05 17:27 수정 2013-05-05 18:32


이번엔 원시인 가족이다. 사냥을 하기 위해 시속 80㎞로 달리고 가파른 절벽을 가뿐히 뛰어다니는 이들은 애니메이션 ‘크루즈 패밀리’의 주인공들. ‘슈렉’ ‘쿵푸팬더’ ‘드래곤 길들이기’ 등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온 할리우드 드림웍스의 신작이다. 드림웍스 최초로 ‘가족’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을 연출한 미국인 크리스 샌더스(54)와 커크 드 미코(43)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이들을 만났다.

‘크루즈 패밀리’는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동굴에만 살던 가족이 새 보금자리를 찾아 난생처음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호기심이 가득한 사춘기 소녀 ‘이프’와 ‘새로운 것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 믿는 중년의 아빠 ‘그루그’의 갈등이 중심축이다.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지난 3월 북미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영화는 9년 전 미코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그는 “동굴에 사는 원시인 가족이라는 캐릭터에 매료됐다. 현대적인 요소를 모두 걷어내면 결국 가족만 남는다”고 말했다. 샌더스 감독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나 있는 것이 가족이다. 아이들은 자라고 변화가 찾아오고, 아빠는 딸의 변화를 싫어한다. 또 이 영화처럼 장모를 좋아하는 사위는 없다”며 웃었다.

‘크루즈 패밀리’에는 곰빼미, 펀치원숭이, 한꼬리 햄스터, 쥐끼리, 악어강아지 등 독특한 동물들이 대거 출동한다.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샌더스 감독은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재미있었다. 일단 시각적으로 새롭고 근사한 동물을 만들고, 외모에 걸맞게 이름을 지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동물이 하늘과 바다 땅 등 적재적소에 배치되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도입부의 사냥장면은 가장 어려운 도전 중 하나였다. 미코 감독은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원시인의 모습을 그렸다. 엄청 빨리 달리고 힘이 무지막지하게 세지만, 동시에 인간이기 때문에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게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샌더스 감독은 3D 기술에 대해 “감독으로서 스토리가 최우선이다. 그 다음이 기술구현”이라고 말했다. ‘드래곤 길들이기’에선 드래곤을 타고 날아가는 장면에 3D 기술이 필요했다. 이 영화에선 가족들이 동굴에 살다가 신세계로 발을 내딛는 순간, 이프가 불을 발견하는 순간 등이 그랬다. 두 감독은 관객의 몰입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3D 기술을 구현했다.

세계 최고 수준인 기술력의 중심에는 한국인 전용덕(42) 촬영감독이 있다. 두 감독은 “전 감독이 매우 훌륭해 평생 동안 (드림웍스가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잡아놓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들은 애니메이션 작업은 협업이라서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둘이 함께 하면 혼자서는 생각 못 할 아이디어가 떠올라 시너지가 생긴다는 것.

두 사람은 “이야기가 막힐 때면 다른 장르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었다. 한국의 케이팝 뮤직비디오를 보면서도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미코 감독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행했고 이후로도 계속 링크를 따라가며 케이팝 뮤비를 굉장히 많이 봤다”며 “사실 내 꿈은 케이팝 뮤비 감독이 되는 것”이라며 웃었다. 한국어 더빙은 규현(슈퍼주니어)과 루나(에프엑스)가 맡았다. 16일 개봉.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