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손병호] 안철수가 답변해야 할 것들

입력 2013-05-05 19:44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차기 대선 주자로 다시 거론되고 있다. 대선 당일에 아무 설명 없이 도미(渡美)했지만 몇 개월 뒤 돌아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다시 대선주자 급으로 직행하고 있다.

그런데 안 의원이 ‘아무 일 없었던 듯’ 다시 대권 주자로 받아들여지는 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 국민들 사이에선 안 의원이 그에 앞서 몇 가지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안 후보는 우선 볼썽 사나웠던 대선 단일화 과정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역사에 남을 중차대한 정치적 국면에서 갑자기 눈물을 글썽거리며 판을 뛰쳐나간 이유를 국민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그게 ‘제가 많이 부족했다. 죄송하다’는 20초짜리 귀국 인사말 정도로 넘어갈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단일화가 한창 진행될 때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단독 회동에서 주고받은 대화내용도 밝힐 필요가 있다. 특히 내용 중 민주당 대선평가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달았던 안 의원의 ‘민주당 입당 제안설’도 사실을 재확인해줄 필요가 있다.

문 전 후보 유세지원 조건으로 요구했다는 ‘안철수 미래 대통령’ 논란도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안 의원이 직접 요구한 건 아니지만 협상팀이 요구했다는 설도 있고, 그게 문서로도 요구됐었고, 민주당이 그 문서를 휴대전화로 찍어 증거를 보관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 문제는 지금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언제고 다시 논란이 되면서 안 의원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당시 대선을 위해 그가 얼마나 준비가 돼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대선 이후 만나 본 캠프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안 의원 본인과 캠프가 지난해 대선을 치를 만큼 여러 면에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었다”는 것이다. 캠프 주변에서는 후보 단일화 이후 대선 본선전을 치를 준비조차 제대로 구비되지 못한 상태였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만약 그런 상태에서 대선에 나와 ‘거저먹기’에 나선 것이라면 이는 사과가 필요한 일이다.

‘눈물 철수’로 각인된 이미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하다. 안 의원 캠프에서 일한 사람들이나 안 의원 쪽을 잘 아는 민주당 의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안 의원이 예상 밖으로 맷집이 아주 약하더라”는 것이다. 대선 후보 자리에서 주저앉은 것도 결국 당시의 압박을 견뎌낼 내적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다. 나약한 이미지의 정치인이 엄청난 정치적·외교적 무게를 견뎌내야 할 대통령을 맡기 적합하냐는 논란은 언젠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유력 대선주자라면 자신의 신당 창당 문제도 최소한의 방향을 짐작케 해주는 게 지지층과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다. 창당 준비에 착수하지는 않았어도 적어도 창당 생각이 있는 것인지, 창당하면 언제쯤 계획하고 있는지, 때문에 적어도 민주당 입당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든지와 같은 기본적 답변은 해줘야 불필요한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호남을 비롯한 각 지역 정치인들은 안 의원 신당 문제 때문에 정치적 결정을 내리지 못해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민주당 김한길 신임 대표가 지난 4일 “앞으로 안 의원과 경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듯 안 의원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 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국민과 유권자들에게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해야 할 도리를 하는 것이고, 지금은 여러 의문들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게 그 도리이고 또 새 정치일 것이다.

손병호 정치부 차장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