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한길 대표, 좌고우면 말고 즉각 혁신에 나서야
입력 2013-05-05 19:38
계파·분열·교조주의 청산은 물론 추경 처리 앞장서길
민주당에는 어느 때부터인가 ‘불임 정당’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치러진 총선과 대선이 계기가 됐을 듯하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커 정권교체 열망이 강한 상태에서 실시된 두 선거에서 민주당은 연패했다. 당 내부에서조차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졌다’는 자조가 터져 나왔다. 패인은 여러 가지이겠으나, 외부보다 내부의 문제점이 많았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돼 온 국가적 현안들을 하루아침에 뒤집어 버리는 실책을 저질렀고, 진보진영 단일화를 명분으로 무리하게 ‘좌클릭’한 점 등이 표심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대선 이후 최근까지의 민주당 모습도 과연 정권을 되찾으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을 자아냈다.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야 마땅했으나,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대선 패배 책임론을 놓고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의 인사 난맥상을 비롯한 실정으로 인해 등 돌린 민심을 흡수할 기회조차 스스로 차버린 격이다. 민주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의 절반도 안 된다는 점 역시 민주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5·4 전당대회에서 김한길 신임 대표가 선출됨으로써 민주당은 다시 한번 기로에 섰다. 어느 정도 예상은 됐으나, 전당대회 결과는 일단 바람직해 보인다. 비주류인 김 대표가 범주류 이용섭 후보보다 20% 포인트 이상 더 득표했고, 4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친노 및 호남지역 인사가 배제됐다. 다수의 당원들이 당이 거듭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을 갖고 지난 총선과 대선을 주도한 친노·주류에게 매서운 채찍을 든 것이다. 김 대표는 ‘새롭고, 더 크고,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면서 “변화와 혁신의 폭풍 속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계파주의·분열주의·포퓰리즘·교조주의의 청산을 선언했다. 민주당원들이 바라는 바를 압축적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5개월여 뒤면 재보선이다. 지난 4·24 재보선 때처럼 10월 선거에서도 무기력하게 패한다면 김 대표는 주류 측의 거센 공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계파 갈등이 다시 노골화되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게다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외연 확대에 나서면 민주당은 더욱 곤란한 지경에 빠질 수 있다. 김 대표에겐 좌고우면할 시간이 별로 없다. “60년을 지켜온 민주당의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버려야 살 수 있다”는 언급 그대로 고강도 혁신 드라이브에 즉각 시동을 걸어야 한다. 새 인물을 수혈하는 작업에도 매진해야 한다. 현재의 구성원들로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힘들다.
아울러 김 대표는 ‘민생 살리기’도 강조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참여하는 ‘여야 국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등 민생 현안이라면 정부·여당과 초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앞장서면 박수를 받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