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효성 있는 원어민강사 관리대책 마련하라
입력 2013-05-05 19:35
미국에서 미성년자를 수차례 성폭행해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수배된 미국 국적 남성이 무려 9년 동안 우리나라 초등학교 등에서 원어민 강사로 활동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남성은 국내에서 추가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없어 미국으로 추방됐지만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범죄자를 걸러내지 못하는 원어민 강사 고용 제도의 허점이 다시 드러났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원어민 강사로 일하려면 별도의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한다. 2010년 개정된 ‘학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학사 이상 학위증과 범죄경력증명서, 마약 등 약물검사 결과가 담긴 건강진단서 등을 제출해야 원어민 강사로 일하기 위한 E-2 비자를 발급 받을 수 있다. 2011년부터는 지역교육청도 원어민 강사로부터 각종 증명서를 일괄적으로 제출받아 수시로 자격을 검증하고 있다.
그러나 검증 제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범죄경력증명서에는 확정된 판결만 기재될 뿐 수배 사실은 적혀 있지 않다.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우리나라로 도망친 외국인이 원어민 강사로 일하더라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건강진단서 역시 소변 및 혈액 검사 결과만 담겨 있어 채취일로부터 2주 이내의 약물 사용만 검출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원어민 강사들의 마약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경찰 등 수사기관과 교육 당국의 정보 교류가 없어 입체적인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관광비자로 입국한 무자격 강사들이다. 영어학원마다 원어민 강사를 채용하려다 보니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현재 E-2 비자를 받고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2만여명인데 원어민 강사로 일하는 외국인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수배자, 전과자, 마약 복용자 등이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가능한 원어민 강사 고용 및 감독 시스템의 허점을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말로만 걱정할 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