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맥스크루즈 시승기 “내가 기계 다루고 있구나… 바로 그 느낌”
입력 2013-05-05 17:14
지난 3월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맥스크루즈는 요즘 없어 못 파는 차다. 주문하면 두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맥스크루즈는 기존 SUV 싼타페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차체가 길어져 ‘싼타페 롱바디’로 불린다. 몸집이 커진 것 말고 또 무슨 특별한 변화가 있을까. 최근 맥스크루즈를 시승했다.
첫 인상은 이랬다. 가속 페달 밟는 느낌이 육감적이었다. 요즘 차는 가속할 때 ‘내가 전자제품을 다루고 있나’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부품의 전자화 탓이다. 이런 차는 조용하지만 운전하는 맛을 느끼기 어렵다.
맥스크루즈는 달랐다. 다리에서 발바닥으로 밀어낸 힘이 차의 바퀴까지 닿는 느낌이었다.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내가 기계를 다루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시승차는 2.2 디젤 엔진에 파트타임 4륜구동(4WD) 방식이다. 차체가 큰 편이라 힘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서울 독립문사거리에서 금화터널 방면으로 오르는 언덕은 보기보다 가파르다. 이곳을 RPM 2000을 넘기지 않고 가속 한번으로 거뜬히 올라 운전자에게 만족감을 줬다.
고속주행능력은 서울 시내에서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구간의 자유로에서 테스트했다. 시속 100㎞∼120㎞에서도 안정적인 주행 능력을 보여줬다. 시내에서 느낀 묵직한 힘이 고속 구간에서도 사라지지 않아 살짝 놀랐다. 시속 140㎞ 이상에서도 차가 가벼워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뒷좌석 동승자에게 승차감을 물었더니 일반 세단 못지않게 안정적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커브 구간에서 네 바퀴의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하는 제어장치 덕분인 것 같았다. 시승차에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옵션으로 장착돼 있었다. 헤이리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밤 선루프 차양막을 끝까지 열었다. 널찍한 창을 뚫고 달빛이 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 차의 또 다른 장점은 국내 SUV 최대수준의 실내 공간이다. 앞 범퍼부터 뒷 범퍼까지의 길이가 491.5㎝로, 싼타페보다 20㎝ 이상 길다. 4∼5명이 2박3일 캠핑을 할 만큼의 장비를 실을 수 있다. 2열과 3열의 시트를 모두 접으면 성인 2명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220V 인버터가 기본으로 장착돼 캠핑시 전기밥솥으로 밥을 해 먹거나 노트북으로 영화를 볼 수도 있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디젤 특유의 소음은 정차할 때마다 거슬렸다. 복합 연비 11.3㎞/ℓ도 평범한 수준이다.
권기석 기자